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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Mar 17. 2024

8월_일본에서 여름휴가 보내는 방법.

일본의 8월은 뜨겁다 못해 타들어간다. 7월부터 이어진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이윽고 탈이 나기 시작했다. 직장인들의 옷차림은 쿨비즈(COOL BIZ:냉방 에너지 절약을 위해 옷차림을 가볍게 하는 활동)로 가벼워졌다고는 하지만 연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거나 손풍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이따금씩 눈에 띈다.


더위를 식히는 방법. 시원한게 최고다.


이즈음 결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조금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반차 또는 월차를 쓴다.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뭘 저 정도 가지고 쉬고 그러지. 꾀병 아닌가?' 싶은 경우도 더러 있는데 '주변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ご近所迷惑)'는 일본 국민사상이 있어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출근길 기차도 응급환자(急病人) 대응으로 10~20분 늦어지는 일이 다반사. 그래서 역에 내려서 열차지연서를 받아 회사에 제출해 지각을 면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곧 여름휴가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일본에도 추석이 있어?"라고 물어오는 지인들이 있다. 일본에는 추석대신에 오봉(お盆)이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8월 13일에서 8월 16일까지다. 오봉 정식명칭은 우라본에(盂蘭盆会)로 돌아가신 분의 넋을 기리는 기간이다. 13일에 영(霊)을 맞이하고 16일에 영을 보낸다. 그래서 귀성길에 오르는 이들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빨간 날이 아니고 검은색, 평일이다. 그래서 이 기간 전후로 여름휴가(夏休み)에 들어가는 회사들이 많다. 올해는 13일(화) 전날이 대체휴일이어서 8월 10일(토)부터 8월 18일(일)까지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


일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방식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산이나 계곡, 바다를 찾아가기도 하고 워터파크를 즐기기도 한다. 기차로 일본열도 전국 방방곡곡을 갈 수 있다 보니 기차여행도 좋은 대안이다. 매년 전국 JR에서 봄, 여름, 겨울 '청춘 18 티켓(青春18 きっぷ)'을 발매한다. 1 티켓당 12,050엔이며 총 5회에 걸쳐 대부분의 JR노선 이용이 가능하다. 티켓은 연령과 국적 상관없이 JR역에 있는 미도리노 마도구치(みどりの窓口)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발매기간과 사용기간은 다르다. 작년은 7월 1일에서 8월 31일까지 발매, 사용기간은 7월 20일~9월 10일까지였다. (올해는 봄티켓 외 스케줄이 미정인 상태다.)


나는 와이프와 도쿄에서 기차를 타고 동해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오우미역(青海川駅)까지 다녀왔었다. 신주쿠역 기준으로 무려 약 7시간가량 소요된다. 중간 거점역에 잠시 내려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와 안주를 먹으며 창밖을 바라본다. 책도 보고 잠시 음악을 듣다가 의자에 기대어 잠도 청한다. 가도 가도 끝이 나지 않아 조금 지루하기도 하지만 이때만큼 완벽하게 '생각 비우기'를 했던 시간이 있었을까?


청춘 18 티켓으로 기차여행 하기. 오우미역 인증샷


오우미역은 고시히카리 쌀로 유명한 니가타현(新潟県)에 속한 지역이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는 JR니가타역에 내렸다. 쌀이 맛있는 곳은 술도 맛있다. 소소한 일본음식과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니혼슈를 한잔한다. 고된 기차여행 피로도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술과 함께 사르르 사라져 버린다.


기차여행을 끝마치고 다시 돌아온 도쿄. 여전히 마츠리 열기가 식지 않았다. 차도는 사라지고 보행자천국이 된 자리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멀리서 오미코시(御神輿) 가마행렬이 이어진다. 사람들의 응원 속에 마츠리 참가자들은 온몸이 땀범벅이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이 열기를 식히고자 소방차, 물을 실은 트럭이 와서 물을 마구 뿌려댄다. 아이, 어른, 국적 상관없이 모두가 이 열기와 시원함을 즐긴다.


마츠리 풍경

어느덧 휴가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이번 주말만 보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한다. 일본에도 월요일병이 있다. 일명, 사자에상 증후군(サザエ さん症候群). 사자에상은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30분에서 7시까지 방영되는 후지테레비 애니메이션이다. 엔딩송이 울려 퍼지면서부터 급격하게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시간대 티비를 틀어놓기 보다 집 근처 공원에 나가 가볍게 산책을 하는 편이 낫다. 


돌아와서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반신욕을 하며 하룻밤 사이 꿈같았던 여름휴가를 회상해 본다. 그러고는 침실에 들어가기 전 발코니에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빛이 유난히도 반짝이는 밤이다. 월요일이 두렵지 않다.


2024년 일본 8월 공휴일


8월 11일(일): 산의 날(山の日)

8월 12일(월): 대체휴일(振替休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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