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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Feb 25. 2024

5월_일본에는 전국민 봄방학이 있다.

일본도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우리나라 같이 '어린이날 노래'가 딱 한곡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코이노보리(こいのぼり), 세-쿠라베(背くらべ) 등 이 날 부르는 노래가 여럿 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생겨난 날이다. 하지만 어린이보다 더 기뻐하는 어른들이 많다. 바로 골든위크가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 주간이다.


골든위크는 (ゴールデンウィーク) 줄여서 GW라고도 한다. 5월 3일 헌법기념일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다. 여기에 연달아 있는 주말까지 포함한다면 최소 4일 이상 쉴 수 있는 기간이다. 4월 29일 '쇼와의 날'부터 연차를 사용한다면 열흘이나 된다. 일본 대부분 회사가 쉬니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쉴 수 있다. 기온도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니 여행 가기 딱 좋다. 얼마나 좋았으면 황금(Golden) 주간이라고 했을까!


한국행 비행기 안. 이 기간을 이용해 한국에 다녀오곤 했다.


골든위크 기간은 일본열도 어디를 가든 사람들로 붐빈다. 고속열차인 신칸센이나 비행기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평소에 여유 있는 고속도로도 극심한 교통체증이 시달린다. 숙박시설, 식당 등 상업시설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경비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그래서일까. 골든위크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사람들도 많다.


2019년도 한 언론사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골든위크가 기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58.5%였다. 심지어 이들이 말한 지출 예산 평균도 47.249엔이었다. 즉 돈을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조금 빛바랜 조사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때까지도 이어졌다. 돈 안 쓰고 보내는 골든위크가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평균 예산 0원으로 골든위크를 보내는 방법은 명료하다. 근처 공원으로 가면 된다. 일본 도시는 대체로 공원 접근성이 좋다. 내가 살았던 집 주변에도 걸어서 10분 이내에 10~20헥타르 규모의 국공립 공원이 3개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이보다 넓고 다양한 시설을 갖춘 공원들이 있다. 오리배를 타거나 동물원 구경도 할 수 있다. 멀리 갈 필요없다. 집에서 돗자리와 먹을 것을 챙겨서 자전거 앞 바구니에 싣고 공원으로 가면 지출 0원이다. 나무 그늘밑이나 호수 앞 벤치에 자리를 잡고 챙겨 온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큰 공원에서는 이 기간에 맞추어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비록 돈을 써야 하긴 하지만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장이 펼쳐진다.


지역 공원에서 골든위크를 보내는 사람들


한편 예산에 여유가 있다면 기차, 비행기 여행도 좋다. 기차로 도쿄에서 1~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관광명소도 많다. 가마쿠라, 에노시마, 요코하마, 하코네, 가와고에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비행기로는 오사카를 비롯해서 홋카이도, 후쿠오카, 오키나와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일본 국내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서 인지 해외로 나가는 비율은 한국에 비해 적다. 그래서일까, 일본의 2023년 출국자수는 962만 명으로 2,271만 명인 대한민국의 42% 수준이다. (각 국 관광청 통계자료 참고)


일할 때는 안 가던 시간이 쉴 때는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불가사의하다. 하룻밤 사이 꿈처럼 골든위크가 지나고 보통날이 찾아왔다. 월요일병보다 더 무시무시한 연휴 후유증과 함께. 직장인들의 아침 발걸음이 그 어느때보다 무겁다. 이른 아침 사무실 공기도 덩달아 무겁기 그지없다. 하나, 둘 밀려 있던 급한 업무들을 처리하면서 다시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오미야게로 가져간 사과 카스텔라. 한 개씩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그즈음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오미야게(선물)로 사 온 과자나 기념품을 나눠준다. 일본은 지역마다 특색을 담은 기념품들이 많다. 관광명소만큼이나 지역 한정 오미야게도 인기가 많다. 오미야게로 받아 든 과자를 한입 베어 물고 동료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며 잠시나마 골든위크를 회상해 본다.



2024년 일본 5월 공휴일


5월 3일(금): 헌법기념일 (憲法記念日)

5월 4일(토): 초록의 날 (みどりの日)

5월 5일(일): 어린이날 (こどもの日)

5월 6일(월): 대체휴일 (振替休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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