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사랑하는) 온곡(온곡) 초등학교(초등학교) 어린이(어린이) 여러분(여러분 여러분)"
갈갈이 패밀리 시절 개그콘서트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는 개그맨 정종철의 유행어.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 하울링 돼 울려 퍼지는 소리다.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생각한 이 소리가 일본에서도 들린다. 집 앞 초등학교(일본은 소학교)에서다. 1956년 개교한 학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4월 입학식 첫날, 교단에 올라서서 마이크에 대고 훈화 말씀을 시작하는 교장선생님. 관심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 어릴 적 향수를 이곳에서 느낀다.
"일본 설날은 언제야?" 일본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받아 본 질문이다. 그다음은 "추석은 있니?".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하는 일종의 안부인 사다. 그런데 매년 같은 질문을 받는다. 함께 명절을 보내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 내지 미안함이 담겨 있으리라.
일본은 설날이 없다. 달리 말해 음력이 없다. 양력 1월 1일만이 새해 첫날이다. 우리는 양력과 음력, 두 번의 새해 첫날을 맞이한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새해 기분을 보름에서 한 달 후 또 느낄 수 있는 우리와 달리 이들은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니까.
하지만 일본에는 1월 1일보다 더 새해 첫날 같은 날이 있다. 바로 4월 첫째 주 평일이다. 올해는 때마침 4월 1일 월요일이다. 4월은 입학시즌이다. 그리고 입사시즌이자 일본 주요 기업들의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다. 선분홍빛 벚꽃이 떨어지고 푸른 잎이 돋아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참 일본 스러운 타이밍이다.
3월 벚꽃나무 밑에서 하나미(花見:벚꽃축제)를 즐긴 일본인들. 이제 벚꽃도 졌으니 학교, 직장 등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밖은 소란스럽다. 우리처럼 뒤풀이를 하는 것일까?
4월 도쿄 평균 기온은 19도. 놀기 딱 좋은 날씨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집에 있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고 사방팔방에서 유혹한다. 대신 자동차는 나오지 말라고 한다. 바로 보행자천국이다.
보행자천국(歩行者天国)은 일정 기간 또는 특정일에 도로를 차단하고 대신 사람들이 거닐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연중 일본 전역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4월 등 나들이객이 많은 시기에 주로 행해진다. 단순히 도로만 차단하는가 하면 축제의 장이 되기는 곳도 있다. 퍼레이드 행렬, 악기연주뿐만 아니라 먹거리 장터, 플리마켓이 열리기도 한다. 가판에서 산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들고 홀짝홀짝 마시면서 거리를 구경하는 재미 또한 남다르다.
이 정도 놀았으면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않겠어? 아니다. 일본 전역에는 여전히 여운이 남아있다. 찐 새해에 대한 피로와 긴장감인지도 모른다. 이들은 재빨리 다음을 준비한다. 바로 4월 말부터 시작되는 골든위크다.
4월 29일은 쇼와의 날이다. 쇼와천황 생일을 기리는 날로 일본 국경일이다. 올해는 월요일. 그로부터 4일 후인 5월 3일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긴 연휴가 이어진다. 연차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쇼와의 날부터 어린이날까지 내리 쉬는 경우도 있다. 올해의 경우 4월 27일 토요일부터 시작해서 5월 6일(월요일. 대체휴일)까지 총 10일이나 된다!
물론 쇼와의 날부터 계속 쉴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통은 달력대로('카렌다 도오리'라고 표현한다.) 쉰다. 일본생활 10년 동안 매해 골든위크는 달력대로 보냈다. 이 무렵 주된 화젯거리는 단연 골든위크 계획이다.
"해외여행 가기로 했어!"
"기차 타고 지방으로 여행 가려고"
"그냥 방콕이지 뭐"
골든위크를 맞이하는 자세는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이번에 쉬고 나면 뜨거운 7월 중순 전까지는 공휴일이 없다. 그래서 더욱 진심이다. 실상은 새해 첫날부터 골든위크 준비에 들어간다. 늦어도 4월 초에는 계획을 끝내야 한다. 골든위크를 잘 보내야 한 해 전반기를 잘 보낸 게 된다. 새해목표보다 골든위크 티켓팅이 더 중요한 이유다.
2024년 일본 4월 공휴일
4월 29일 (월): 쇼와의 날 (昭和の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