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축하합니다! (卒業、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신학기가 3월에 시작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4월부터다. 그래서 졸업식도 3월 중순 이후에 거행된다.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보며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우리와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일본. 비슷한 듯 다른, 3월을 보내는 모습이다.
일본에는 또 다른 어린이날이 있다. 매년 3월 3일은 여자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날인데 이를 히나마츠리(ひな祭り)라고 한다.
계단처럼 층층이 쌓아 올린 제단인 히나단(雛壇) 위에 일본 전통 궁중의상을 입은 히나인형(雛人形)을 올려놓는다. 여기에 제단에 받치는 과자인 히나아라레, 그리고 액막이를 위해 먹는 떡인 히시모치 등이 이날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든다.
보통은 5단, 또는 7단으로 장식하지만 요즘은 남녀 인형 한쌍으로 된 1단 장식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히나마츠리 관련 상품이 판매된다. 저렴한 건 3~4천 엔대에서 비싼 건 10만 엔 이상도 한다.
그래서 집에는 1단 정도로 된 히나마츠리용 캐릭터 인형을 장식해 두고 히나마츠리 행사를 하는 신사에 가서 아이의 건강을 기도하기도 한다.
참고로 히나마츠리를 하는 연령대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보통은 초등학교 때까지는 하는 것 같은데 결혼한 성인 딸을 위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이다.
어른들은 어떠할까. 3월이면 이미 대다수의 대졸신입들은 내정(内定)을 받은 뒤다. 4월부터 시작되는 입시시즌에 맞추어 새 옷을 구입하기도 하고 회사 근처 이동하기 편한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
뒤늦게 이 시기가 되어 집을 알아보겠다고 부동산을 가면 상당수 물건은 계약이 완료된 뒤다. 당연히 이삿짐센터 예약도 어렵다. 그래서 1월에서 2월 안에 이사를 끝마치거나 집 계약이라도 해놓는 것이 좋다.
물론 대졸신입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직자들도 새로운 회사 입사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4월부터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회사가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일본 대표 자동차 기업 도요타도 4월 1일부터 새해를 시작한다.
한편 채용이 미달되었거나 사세 확장을 위해 추가 고용을 하는 회사들에게는 불똥이 떨어진 시기다. 늦어도 3월 안으로 채용통지를 해야 신년도 사업을 순탈 하게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도심 곳곳에서 뒤늦은 이직페어가 열리기도 한다.
이직페어에는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부스도 늘어서 있다. 사전에 어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현장에 가서 관심 있는 부스에 상담을 요청하는 식이다. 나도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며 상담을 받았었다. 마지막 상담은 야후재팬 쇼핑(Yahoo! Japan Shopping)이었는데 아쉽게도 인연이 되지는 못했다.
3월이 되면 일본열도는 차츰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남쪽에 있는 규슈부터 시작해서 도쿄가 있는 혼슈, 마지막으로 북쪽에 있는 홋카이도까지 벚꽃이 서서히 개화한다. 뉴스에서도 연일 지역별 벚꽃 개화시기가 주요 토픽으로 다뤄진다.
벚꽃축제는 일본어로 하나미(花見)라고 한다. 벚꽃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가족, 지인 또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음식도 먹고 술도 마시며 만개한 벚꽃을 즐긴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도쿄 우에노공원(上野公園)은 하나미 성지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 중순부터 완전히 지는 4월 초까지 우에노공원 전체가 '만석(満席)'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전날 밤부터 대기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나미에 진심인 회사에서는 당번을 정해서 자리를 맡게 한다. 아침 뉴스에는 전날 밤부터 노숙하며 자리를 맡고 있다는 회사원 아무개상(さん)의 인터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것도 일이라면 일이다...)
평일은 말할 것도 없고 주말은 발 디딜 틈도 없다. 우에노공원뿐만 아니라 주택가 인근 벚꽃이 피어나는 길목이나 공원도 마찬가지다. 벚꽃은 봄을 만끽하기 위한 ’구실‘ 중 하나일지 모른다. 따뜻한 봄햇살을 맞으며 먹는 음식과 술은 한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24년 일본 3월 공휴일
3월 20일 (수): 춘분의 날 (春分の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