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통역을 의뢰했던 일본업체가
3개월 만에 재방문했다.
보통 미팅현장에서는 통역만 하지만
식사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내 소개도 이어진다.
"형민씨는 일본에서 학교 나오셨나요?"
"아니요, 일본에서 10년 살다 왔어요"
1년, 2년도 아니고 제법 긴 시간이고
자질구래한 설명 없이 임팩트 있게 설명하기 좋으니
'10년'을 강조했었다.
그런데 왜인지
이번에는 영혼 없이
이 말을 내뱉었다.
'10년 살았는데 뭐 어쩌라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 10년과 내 정체성을 동일시하기 싫어서일까.
떠나온 지 2년이 되어 현지감각이 약해져서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10년'키워드는 약빨이 끝나버렸다.
여전히 일본어가 재밌고
일본에서 보낸 추억이 소중하지만
다른 무언가 필요한 시기가 왔나 보다.
다음번 통역 때는 나를 뭐라고 소개해볼까.
‘일본이랑 연이 좀 있네요 ㅎㅎㅎ‘
음… 못 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