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025년을 시작하면서 계획한 바가 따로 있었다. 작년에 나름 준비도 철저히 해서 당연히 이루어질 줄 알았던 프로젝트였는데 시원하게 좌절되면서 살짝 의아해졌다.
뭐,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실망할 나이는 지났고... 이 문이 닫혔으니 다른 문이 열리겠거니 하며 준비해 둔 포트폴리오를 다시 꺼내봤다. 열심히 만들었네! ㅋㅋㅋ 왠지 아까웠다. ' 이 포트폴리오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고민하며 검색을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계획했던 길 보다 전시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작가 지원 공모를 찾아 헤맸다.
꽤나 많은 갤러리에서 작가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지역이 대부분 서울이라 현재 대구에 거주 중인 나로서는 다소 부담이 있었으나, 어차피 다 뽑힌다는 보장도 없지 않겠는가? 조건이 맞는 곳으로 만들어 놓은 포트폴리오와 이력서 등 서류를 보냈다. 대구 포함 딱 10군데에 지원을 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낙방의 연속이었다. 흠... 이 길도 아닌 것인가?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갤러리손 부남미술에서 연락이 왔다. 신진작가 공모에 선발되었으니 전시를 할 의향이 있다면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에 방문하라는 메일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2월 20일에 방문 약속을 잡았다.
어차피 계약은 금방 끝날 테니 서울에 가는 김에 당시 열을 올리고 있었던 블로그 전시 포스팅을 위해 초대받은 전시회 두 곳도 찍고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2월 20일은 아침부터 매우 분주했다. 용산에 위치한 갤러리 한 곳과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한 곳을 거쳐 계약을 할 갤러리손으로 향했다.
당연히 계약서에 도장만 찍고 돌아오는 단순한 일정으로 생각했는데, 관장님의 생각은 전혀 달라 보였다. 우선 갤러리 투어를 시켜주겠다고 하셨다. 날씨가 추운 편이었는데 행여나 손이 시릴까 봐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따라 주시며 난로처럼 들고 따라오라고 하셨다. 그분의 친절함에 마음이 조금 열리는 기분이었다. 갤러리 건물 정문과 후문을 구경한 후 지하에 있는 갤러리 내부를 돌며 구조를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사무실로 들어와서 앉으라고 하셨다. '드디어 계약을 하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뜻밖의 말씀을 꺼내셨다.
"작가님을 선발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무지 궁금했다! 그래서 알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렇게 1시간 이상 내가 왜 뽑혔는지에 대한 이유를 들었고, 예상치 못한 심층 인터뷰가 이어졌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도장만 찍고 가는 거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