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이야기(1)
3월! 저희 가족에겐 죽음의 3월이기도 하고, 희망과 환희의 3월이기도 합니다. 3월 2일 복학을 앞둔 아들의 모습은 정말 행복해보였어요. 걱정 반, 설렘 반. 저희 가족 모두 같은 마음이었어요. 아들이 5년 만에 복학하는 첫날, 아들이 대학 입학할 때보다 더 기쁘고 눈물이 났어요.
군복무를 마치고 2009년 3월, 3학년 복학하고 일주일 만에 병을 진단받고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다 끝나는 것 같은 절망 속에서 우리 가족은 아들과 함께 죽을힘을 다하여 투병생활을 했습니다. 발병한 지 2년 사이에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조혈모세포 이식(골수이식)까지 마치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요. 뭔지 모를 짠함이 밀려오더라고요. 피곤하지는 않을까, 감기 걸리면 어쩌나 등등 걱정도 되고요.
1년 더 쉬었다 복학하라고 말렸지만 내년에는 친구나 후배 중에 아는 사람도 없고 공부하는 감도 떨어져서 안 된다고 했어요. 학교에 갔다 오더니 자기가 최고령 선배인 것 같다고 열심히 해야겠다며 굉장히 즐겁게 학교생활하고 있어요. 힘들긴 하지만 즐거워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니 학교 가는 게 오히려 잘한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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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 투병과정을 말씀드리자면 2009년 3월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하여 공고 2차까지 마치고 국내외 골수가 맞는 사람이 없어 자가 조혈모도 이틀 동안 안 모아지고,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병원을 옮겨 그해 10월에 여동생으로부터 바일치를 이식받아 3주 만에 퇴원하였습니다. 그 후 정기 외래진료 문제없이 다녔고, 아직까지 숙주반응은 없었습니다.
면역억제제는 3개월 만에, 조비락스는 9개월 만에 끊었습니다. 그런데 조비락스를 끊고 1주일 후에 대상포진으로 2주 정도 입원치료했고, 그 후에 갑자기 발등부터 다리, 몸통쪽으로 점상출혈이 있어서 외래로 피검사를 했더니, 혈소판수치가 2,000으로 나와서 또 한 번 가슴이 철렁했어요. 정말 긴급한 상황이었지요.
혈소판 8봉지를 맞고, 그 다음날 골수검사를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매일 혈소판을 10봉지씩 수혈하고, 골수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일주일이 저희 가족에게는 지옥과 같았습니다.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골수는 잘 만들어지고 있는데 자기 혈소판을 공격해서 그렇다고, 재발은 아니니 걱정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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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다행히 염려했던 상황은 아니구나. 아들하고 둘이 부둥켜안고 감사와 안도의 눈물을 흘렸어요. 치료는 스테로이드 한 달 가랑 먹고, 지금은 괜찮은데 항상 조심스럽네요. 방심하지 말라고 가끔씩 경각심을 주시는 것 같았어요. 그 후로는 항상 제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하루에 한 번씩 살펴본답니다. 치료중에 힘드시고 고통 받고 계시는 가족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어미의 마음을 적어봤습니다.
되돌아보면 저희도 골수기증자가 없어서 애태우고 절망 속에 빠진 어려움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환자와 보호자가 서로 의논해서 결정을 빨리빨리 내린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여기저기 상담 받아보고, 먼저 치료받으신 분들의 의견도 참고하였습니다. 여러분, 힘내시고 희망을 가지세요.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오늘 복음 말씀인데 저희들에게 와닿는 말씀이었어요. 모두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