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a soleado Oct 10. 2023

자꾸만 웃는 이유

여기 있으면 자꾸 웃게 된다.

정확하게는 미소이다. 주변 사람들이 자꾸 나에게 미소를 지어오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집 앞 채소가게에서, 이동하는 길 위에서, 잠시 들른 카페에서 눈을 마주친 사람들이 자꾸 웃으며 인사를 건네니 나도 그런 사람이 된다.


요 며칠 모닝독서를 하겠다며 카페에 앉아 있다가, 카페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와 자주 마주쳐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너는 책을 많이 읽지?"

나는 갑자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요즘 십자군전쟁에 관한 책을 읽고 계신다며-




얼마 전 오랜만의 한국 휴가에서 처음 하루 이틀 동안 나를 어색하게 했던 것 중 하나는, 서로 간의 '아는 척'이 없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몇 초의 순간들이었다.


그날도 리베이터 안에는 여러 층의 버튼이 눌려져 있었다. 지하 1층에서 탄 나는 13층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띵동' 소리에 내릴 채비를 하며 한 발짝을 움직였다. 그 층에는 총 4 가구가 살고 있는데,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 13층에 도착하기까지 꽤 긴 시간 동안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던 한 이웃이 나와 같은 층에 내리는 순간 갑작스러운 어색한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세요-"라고.


우린 이미 10여 초가 넘는 시간 동안 좁은 공간 속에 함께 있었으므로, 엘베에서 내려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그 순간의 인사로서 "안녕히 가세요"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에 앞서 "안녕하세요"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의 인사로서 채택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12층, 혹은 13층을 제외한 그 어떠한 층에라도 내렸다면 나는 아마 그 이웃과 인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층에 내리는 바람에 나는 그에게 (그나마)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이웃으로서 인식 수 있었다.


내가 먼저 지하 1층에서부터 나와 함께 탑승한 모두에게 인사를 건네 보았다면 어땠을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엘베 앞 다수에게 인사를 건넸다면 과연 중 몇 명이 그것이 자신을 향한 인사라고 생각해 화답을 해주었을지 알 수가 없다. 맞인사를 안 하면 어때~ 그냥 인사하는 거지. 라며 씩씩하기에는 나도 너무나 한국 사람.. 그 어색함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


그리고 나 처음 하루 이틀만 그런 양가적 감정을 곱씹어 보았을 뿐. 매우 빠른 속도로 '그 누구에게도 상관하지 않는'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가 뜨거운 여름을 만끽하였다.



이곳에서 나는 다시 모르는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곳곳에서는 말할 것도 없으며,  마에서, 카페에서, 놀이터에서, 길에서. 모두가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네니 나도 그렇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귀여운 멍멍이가 주인을 따라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또 멍멍이 주인과 인사를 했다.



작가의 이전글 심장이 딱딱해지면 좋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