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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월바람 Nov 03. 2024

흉터 하나


잔인한 말을 남기고 가는 그 사람에게

복수심으로 불타오르는 마음이 버겁다.

첫 아이를 품에 안았던 그 날의 초심으로

나에게 허락된 것들을 사랑하리라...


함께 지난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온 추억이 있기에...

추억속에 머물며 나의 일부가 되었기에...

숱하게 남은 날들을 살아가는데 증오를 품은 마음은 고통스러울 뿐이다.


내가 지금 이리도 쓰라린것은

그에게 쏟아내었던 가시돋힌 말들이 너무나도 선명하기 때문이며

어쩌면 그 말들이 화살이 되어 날아와 하나도 남김없이

마음에 꽂혀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걸 내어주고 모든걸 받아들이며

진하디 진한 사랑을 했던 영혼의 상처입은 발버둥이었음을 기억하자.


지독한 약을 한움큼 집어삼킨듯

본연의 빛을 잃어 분노하는 나약함의 결과일 뿐임을 받아들이자.


피가 철철 나는 상처에는 딱지가 앉고

두꺼운 딱지는 약간의 가려움을 동반해

견딜만한 고통을 주는 대신 상처를 아물게 한다.


이또한 거친 삶의 파도속에서 부디끼며 만들어질 수많은 흉터중 하나이다.


언제든 떨어지면 다시 피가 나는 딱지와 부스럼이 있는 상처대신

새살이 돋아 원래의 살과는 다른 모습일지라도 완전히 아문 흉터를 가지고 살아가리라.


나의 이야기를,

나의 삶을,

나 자신을 온전히 보듬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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