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벗밭 뜨거운 감자입니다.
<찾아가장 시즌0>을 준비하며 마주한 과제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꾸러미를 남김없이 먹을 수 있을까?"였어요. 시장과 파머스마켓을 다니는 걸 좋아하는 저도, 사면 다 먹을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내려놓을 때가 많거든요.
작년 가을, 토종 농산물 꾸러미를 샀어요. 제철 농산물과 그것으로 만든 장아찌로 구성된 꾸러미였죠.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한 주방에서 무엇을 해볼까 의지가 불타오르던 시기였기에 다 먹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어요. 반년이 지난 지금, 결국 안타깝게도 그 꾸러미를 모두 먹지 못했어요. 장아찌는 아직 냉장고에 잘 보관되어 있고요. 저에게 농산물을 보면 그걸 맛있게 잘 먹는 방법이 떠오르는 , 요리를 하는 과정 자체에 조금의 부담이 있음을 깨달았어요.
찾아가장에 오는 분들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귤과 같은 과일은 껍질을 까기만 하면 즐길 수 있지만, 콜라비는 생으로 먹을 수 있음에도 그 맛이 익숙지 않거나, 어떻게 요리해 먹어야 할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어요. 저의 경우에도 콜라비는 할머니께서 깎아 주신 것이 유일한 경험이었거든요.
그럼 어떻게 해야 꾸러미를 남김없이 다 먹을 수 있을까요?
저희는 '함께 하는 경험'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내가 집에 가서도 꾸러미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그 첫 시작을 함께 하는 것이죠.
그 시작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어요.
1. 만들기 쉬워야 한다.
벗밭의 아지트엔 주방시설이 없기 때문에 인덕션 하나, 전자레인지, 도마, 칼 등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요리여야만 했어요. 이 환경은 저희를 포함해 많은 벗밭의 벗들의 집 환경과 비슷했죠.
2. 맛있어야 한다.
당연히 요리는 맛있어야죠. 집에서 만들어 놓고 내가 잘 먹지 않는 요리라면 지속해서 나의 일상에 들어오기 어렵다 생각했어요.
재료는 콜라비, 감자, 당근! 이 조건에 해당하는 레시피를 모았어요.
한 가지는 벗밭이 즐겨 먹는 간식 겸 반찬인 로즈마리 감자샐러드, 다른 하나는 콜라비를 키우신 더널리제주 농부님의 콜라비 쏨땀(태국식 샐러드) 레시피로 정했어요.
함께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나눈 뒤, 함께 요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두 팀으로 나누어서 샐러드와 쏨땀을 만들었죠. 콜라비는 땅과 우리 모두에게 건강한 방식으로 재배되었기 때문에 껍질까지 먹을 수 있었어요.
껍질까지 함께 채 썰고 나니 무보다 색이 예뻐서 만드는 내내 감탄했답니다.
콜라비는 채를 써는 과정이 가장 고되고, 감자는 섞어주며 소금과 후추, 올리브오일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 가장 관건이었는데요,
다행히(?) 두 요리 모두 성공적이었어요!
요리가 끝난 후, 함께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었어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의 꾸러미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레시피 아이디어도 꺼냈죠. 감자구이, 감자 치즈구이, 콜라비 생채, 콜라비 코울슬로, 감자전에 이은 콜라비전(?)까지! 모임의 시작에 나누었던 식재료에 대한 어색한 거리감이 끝날 때쯤엔 많이 사라졌어요.
'집에가장'이 끝난 후 집에 간 벗들은 꾸러미를 남김없이 먹었다는 후기도 남겨 주셨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함께 들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해요.
혼자 고민하기보다 과정을 나누는 것이 우리의 일상에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꾸러미를 다 먹어서 남겨지는 음식 폐기물을 줄이는 '집에가장'!
레시피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에 살짝 메모해 둘게요. 혹시 여러분이 아시는 맛난 레시피가 있다면 함께 공유해 주세요! ㅎㅎ
<로즈마리 감자>
(벗밭의 레시피)
- 준비물: 감자 1-2개, 당근 약간, 로즈마리 조금, 올리브오일 1/2큰술, 후추 약간, 소금 약간
1. 감자를 20-30분 정도 끓는 물에 삶아 주세요.
(전자레인지에선 물을 살짝 담가 7-10분 정도 돌려주세요.)
2. 감자 껍질을 까서 깍둑 썰어 주세요.
3. 올리브오일에 버무린 후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맞춰요.
4. 다진 로즈메리를 얹어 주면 완성!
<콜라비 쏨땀>
(더널리제주 농부님 레시피)
- 준비 : 콜라비1개, 당근 약간, 고수 취향껏, 땅콩분태 취향껏, 방울토마토 3-4개, 태국고추, 마늘
1. 콜라비와 당근 채썰기!
2. 태국 건고추와 마늘을 2-3개 정도 다져요.
3. 피시소스 1스푼, 설탕 0.5스푼, 레몬즙 1스푼을 섞어요. (간을 보며 추가로 넣어주세요)
4. 위의 재료에 고수, 토마토까지 넣어서 양념을 만들어요.
5. 모든 재료를 합쳐서 무쳐요.
6. 땅콩 분태를 뿌려 마무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