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정 Jun 29. 2022

산촌에 내 집짓기(17)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상량식을 마치고

기분 좋게 퇴근하신 분들은

다음날 밝게 웃으며 출근하셨습니다.


거푸집을 올렸으니

이제 단열을 위한 스티로폼을 설치해야죠.


캐노피는 단열이 필요 없으니 철근 배근만 합니다.


구멍 숭숭 뚫린 거푸집의 정체를 아시겠나요?

ㅎㅎ

저 위에 스티로폼을 빈틈없이 덮고

그 위에 콘크리트 타설을 합니다.


가능하다면 다시 그 타설 일로 돌아가고 싶네요.

그럼 방수액 집어넣어 타설 해달라고

멋지게 얘기할 텐데요.

^^;;


아무튼

구석구석 새는 곳 없게

스티로폼을 설치하고 나서

다시 철근을 배근합니다.


우리는 난로를 설치할 거라서

콘타설 전에 연통용 슬리브를 설치해야 했습니다.

공사 시작 전에

정 사장님께 몇 가지 사항들을 짚어주었는데

그 속에 연통 설치도 포함되어 있어

당연히 알아서 잘해주실 거라 믿었지만

당신들 일이 아니다 보니

투덜거리시면서 겨우겨우 해주시더군요.

연통이 직각으로 올라와 야하기 때문에

지붕의 경사면을 따라 아래쪽을 쳐내고 설치해야 하는데

대충 해주셔서...

ㅠㅠ

직각이 되지 못한 채 설치되었습니다.



젊을 때는 없던 고소공포증이

언제부터인가 내 몸에 자릴 잡아

높은 곳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무서워진 저는

지붕 위까지 올라가 잔소릴 할 수가 없어서

참 모양 빠지게 아래서 고개를 쳐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했답니다.

ㅎㅎㅎ


난로 이야기는 또 중요하니까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렇게 연통도 설치되고

지붕과 캐노피의 배근도 끝나고 난 뒤

주말에 나타난 남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최대한 직각이 될 수 있게

다시 자리를 잡아보라는 특명을 줘서

지붕 위로 올려 보냈습니다.


심패소생술을 하듯

힘겹게 그 아이를 살려놓고 내려오는 남편이

참 멋지더군요.


이제 상량식 덕을 볼 날입니다.

8시부터 크레인이 도착해 준비를 마쳤고

정 사장님의 능력을 발휘해

그 받기 힘들다는 레미콘을

20분 간격으로 따박따박 받으며

콘크리트 타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콘크리트 타설시는

콘크리트가 구석구석 잘 들어가도록

진동기를 이용해야 합니다.

창문틀 아래나

꺾인 벽체 등 콘크리트가 들어가기 힘든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진동기 사용을 해야 하는데

진동기를 또 너무 오래 한 곳에 두면

거푸집이 터질 수도 있다고 하니

역시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입니다.


제일 처음 묻어 두었던 정화조 기억나시죠?

정화조 매설지에도 콘크리트 타설 하기를 잊으면 안 됩니다.



이렇게 숨 가쁘게 콘크리트 타설을 마쳤습니다.

어디 하나  터진 곳 없이

다친 사람 없이

잘 끝나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유로폼에 핀이라도 하나 빠져있으면

거푸집이 터져서 난리가 난다는데

우린 그런 불미스러운 일도 없이

타설이 아주 잘 끝났습니다.


지붕 타설을 마치고

미장공 두 명이 지붕으로 올라가

지붕면을 다듬어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리얼징크로 마감할 거라

조금 거칠게 마무리하고 내려오시더군요.


타설을 마친 팀은 조기 퇴근하고

우리 집은 햇살 아래서 양생에 들어갑니다.

날씨 좋고 바람 좋고 온도도 좋습니다.


다음날

몇 분이 오셔

벽체 거푸집부터 떼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에 거쳐 설치한 거푸집인데

떼어내는 건 한순간이더군요.



그래도 덩치가 있는 녀석이라

하루 만에 끝내지는 못했고

3일에 거쳐 안팎의 거푸집을 모두 걷어냈습니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괴임용 파이프들은

앞으로 3, 4일 더 놔두었다가

지붕 거푸집을 떼어낼 때 철거합니다.


거푸집이 떨어져 나가자

드디어 개구부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동시에 집 안으로도 빛이 들어가기 시작했죠.

집 주변으로 찔레꽃이 만발해

그 향이 바람 따라 날아오는 6월에

드디어 무겁고 갑갑한 갑옷을 벗고

우리 집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골조만 완성되었을 뿐인데

이제 집 다 지은 것처럼 홀가분하고 좋았습니다.

벽돌도 쌓아야 하고

지붕도 얹어야 하고

내장공사들도 해야 하지만

장마 오기 전에 큰일을 끝냈단 안도감이 커서

한동안 참 좋았습니다. ^^



이제 본격적인 집 꾸미기를 시작합니다.





<18편에서 계속됩니다.>

#산촌 #귀촌 #내 집짓기 #건축 #인테리어 #화천 #농막 #땅 #2억 #캠핑 #전원주택 #철근콘크리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