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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배 Jan 21. 2023

명절을 맞이하는 며느리들에게

마음을 지키는 주문을 외워보자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시가에 와서 글을 씁니다. 코로나가 점점 종식되어 가고 이번 명절은 몇 년 만에 가장 이동이 많을 거라는 뉴스가 나옵니다. sns 속 어느 며느리들은 해외여행을 가거나 오만 원권 펼친 사진을 올리며 시댁 사랑을 고백하건만 또 누군가는 어디선가 한껏 신경을 곤두세우고 남편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몇십 년을 함께 한 부모님과도 때론 투닥거리며 서로를 서운하게 할 때가 많은데 한평생 다른 환경과 생각 속에서 자라다가 배우자를 선택함으로 인해 만나게 된 타인들과 하하 호호 웃기만을 바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지 모릅니다.


으레 명절이 지나고 나면 왜 그때 한마디 되받아 지치 못했을까, 아 왜 그때 흐흐흐 웃기만 했을까, 아 왜 아 왜 이런 후회를 하게 되죠. 어제 어떤 분이 쓴 글을 읽었는데 명절에 누군가 내 맘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땐


그러게요


이렇게 대답하고 넘기라고 하더군요. 다른 책에선


아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라고 똑같이 말을 따라 하라는 팁을 보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런저런 말들을 속으로 연습해 보아도 이번 명절 역시 속으로 참아야 하는 순간과 남편을 흘겨봐야 하는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속상하고 부럽고 아니 이런 명절을 몇 번이나 보내야 하나 속이 답답할지도 모르죠.



내가 선택한 길이야



제가 좋아하는 오래된 연주곡 중에 ‘내가 선택한 길이야’라는 제목의 궁 ost 연주곡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채경이는 왕자와 결혼하기로 결정했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집니다. 우리 역시 왕자와 결혼한 건 아니지만 스스로 이 사람을 선택했고 그렇다면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 역시 내 선택의 일부 아닐까요. 어느 멋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사이다 대답을 하든지 고구마 백개 주인공처럼 꾸역꾸역 그 자리를 지키든 어느 모양으로든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책임이란 게 내가 모든 걸 감수해야 한다거나 인내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고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를 해할 수 없고 배려 없는 행동과 태도에 나를 다치게 놔둬선 안된다. 나를 보호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순간순간 생각하고 이 명절을 같이 보냈으면 합니다.


모두가 즐겁게 지내자고 만든 명절일 텐데 이렇게까지 마음을 다잡고 힘들어야 할까 싶지만 부디 이번 명절 마음 다치는 일 없이 많이 웃고 보내길 응원합니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설날 아침 떡국을 먹자마자 남편이 서두르며

 “뭐 해? 어서 준비해 부모님 뵈러 가야지~”

멋지게 말해주는 설날 되길.

무엇보다 서로가 사랑하고 있는 가족이구나 느낄 수 있는 시간 되길.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어떤 말도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상처 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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