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의 일기 170 - 뜻밖의 진실
2023년 7월 21 금요일
오늘은 중복이라서 점심으로 닭백숙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 남매는 먹지 못 한다. 동생은 모든 식사가 죽으로 나오고 있고 나는 보호자식을 신청하지 않았다. 병원밥에 대한 기대가 없기도 하고 무언가를 먹기도 귀찮을 때가 많아서 간단한 먹거리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데 오늘처럼 맛있는 게 나올 때면 살짝 혹하기도 한다.
닭 대신 오리 훈제를 먹으며 동생에게 말했다.
“왜 이렇게 입맛이 없냐?”
동생은 내 앞에 놓인 싹싹 비운 그릇을 보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말 뜻을 모르는 거 아니야?”
발음은 어눌하지만 예리한 질문에 허를 찔렸지만 시무룩한 척을 하며 대답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그랬더니 다시 한번 동생이 하는 말.
“말 뜻을 모르네.”
억울하다는 투로 이야기해도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빛이라서 웃기기도 하고 행동이 예전과 달라진 게 없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아프고 난 이후로 동생의 상태를 항상 주시하는데 간혹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걱정이 돼서 본인이 하는 행동을 인지하고 있는 건지 확인을 한다.
동생은 밥을 먹을 때 항상 입안에 음식이 있는데도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먹을 때마다 그런 행동을 보여서 혹시나 입안 감각이 둔해져서 음식이 들어있는 걸 모르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오늘도 입안에 있는 죽을 삼키지도 않고 또 넣으려고 하길래 숟가락질을 제지하며 물었다.
“너는 왜 입에 있는데 또 넣어”
그랬더니 동생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그래야 맛이 안 난다고.”
동생의 말에 잠시 뻥 졌다가 웃음을 참고 그럼 지금까지 맛이 없어서 그렇게 했던 거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드디어 밝혀진 진실에 황당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감각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장난인지 이상 행동인지 구분이 안 될 때도 있고 앞으로도 늘 지켜봐야겠지만 오늘처럼 의사표현을 확실히 해주는 걸 볼 때면 전보다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앞으로 더 나아질 일만 남았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