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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an 14. 2024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73 - 8월 시작

2023년 8월 3일 목요일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던 7월은 지나가고 8월은 최대한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지내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확실히 옥상에서 산책을 하니깐 복잡했던 감정들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번 달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이것저것 시도를 할 예정이다.


 의욕에 불타 올라서 구매한 책도 왔고 병원에서 편하게 신고 다닐 크록스도 도착했다. 간식으로 먹을 고구마 말랭이까지 작은 만족감을 줄만 한 것들이 모두 모인 것 같다.

 

 누가 씻어주지 않으면 먹지 않을 딸기까지 동생에게 먹이기 위해서 씻고 꼭지를 잘라 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큰 일보다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때론 나를 더 괴롭힌다. 혼자일 땐 귀찮아서 절대 안 먹었을 텐데 동생 때문이라도 게으른 본성을 거슬러야 하니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스로 타협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세상이 알아주는 걸까. 갑작스럽게 더운데 고생한다며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이 날아왔다. 선물을 보낸 사람은 바로 삼촌. 이렇게 주변에서 우리를 챙기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어서 다시 힘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매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예민해질 때가 있는데 자주 바뀌는 병실 사람들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적응될 만하면 기존 환자가 나가고 새로운 환자가 들어오면서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느라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여기도 단체 생활이라서 나름의 규칙과 질서가 있기에 서로를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불편해도 내색하지 않고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도 동생이 조금씩 말문이 트이는 순간부터 병원생활이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장난을 치면 반응이 재밌어서 계속하게 되는데 동생이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길래 물었다.


누나: “왜 그렇게 째려봐. 내가 마음에 안 들어?”

동생: (끄덕)

누나: “왜?”

동생: “하는 짓이 밉상이라서”


 그 말에 삐진 척 병실에서 기저귀 갈아줄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도 그렇게 말할 거냐고 하니 나만 있는 건 아니라며 부정을 한다. 역시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다.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면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한다.


“동정 따윈 필요 없다.”


 물론 그동안 학습시킨 결과물이긴 해도 능숙하게 받아쳐내는 것을 보면서 원래도 동생이 담대한 성격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으로도 주눅 들지 말고 이대로 잘 이겨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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