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초가을...
남편과 저는 다니던 직장도 퇴직하고 남편도 하던 일을 접고 연변과기대로 가기 위해 중국선교를 준비하고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남서울교회에서 중국선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중국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 세미나가 시작되고 저녁시간이 되어 끝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모여 세미나를 계속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당혹스러웠습니다. 수중에는 집에 돌아갈 교통비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녁식사는 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교회 밖으로 나가 식당으로 향하는데 저희 부부는 세미나 장소를 나와 예배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세미나 장소에 그냥 있을 수도 식당으로 갈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배당으로 들어서니 남편과 저는 자연스럽게 멀찌감치 떨어져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돈이 없어 저녁밥을 먹으러 갈 수 없기 때문에 그 시간에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조금 우울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많이도 돈을 의지 했던 것 같습니다.
지갑에 돈이 떨어지면 참 많이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통장이나 지갑에 돈을 넉넉히 채워놓고 살았습니다. 그래야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아끼고 저축하고 근면하게 살면서...
그런데 남편과 결혼하고 나니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빈지갑에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저에게 주님이 찾아오셨습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믿음으로 사는 것은 이런 것이다.
네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이 사는 것이다.
돈이 없어 밥을 굶을 수도 있다.
이래도 믿음으로 살래?"
아...
돈을 의지하지 않고 주님만을 의지하고 사는 것.
이것이 믿음으로 사는 것이구나!
이것이 십자가의 길이구나!
이것이 선교사가 사는 삶이구나!
"네, 괜찮아요, 주님!
이 보다 더 초라한 모습이라도 이 보다 더 비참한 상황이 와도 괜찮아요.
이제는 믿음으로 살겠습니다.
주님만 의지하면 살겠습니다.
주님만 함께 하면 돼요! " 저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하리라"
그리고 모임 시간이 되어 허기진 배로 세미나실로 갔는데 세미나실 입구에 제과점의 고급스러운 빵들과 음료수가 놓여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금방 식사를 마치고 왔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 빵들을 먹지 않습니다.
남편과 나만 그 맛난 빵을 마음껏 먹었습니다...ㅎㅎ
세미나진행팀에서 간식으로 준비한 것 같은데 식사를 마친 그 시간에 빵이라니...
아무래도 저녁식사를 못한 우리 부부를 위해 하나님이 준비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이렇게 돈을 의지하지 않고 주님을 의지하는 법을, 믿음으로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