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누가 동료고 뭐가 맞는 거야
다른 동료들이 출근하는 시간이 되었다. 팀장과 여자 선배는 같이 출근을 했다. 입구에 걸어오는 여자 선배는 기분이 왠지 좋아 보였다. 자리에 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당황한 듯 은은하게 띄워졌던 미소를 거뒀다.
"출근하셨네요?"
여자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걱정하는 듯 말했다.
조금 늦었어요. 아까 웃는 것 다 봤는데요
휴대폰을 가지고 출근하지 않은 게 왜 그대에겐 기쁨인가요?
회사가 인수되고 인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회원들에게 전했을 때 평소 나를 좋지 않게 생각했던 회원님들이 나에게 무신경하게 대했던 것과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났다. 어떤 상황이든 변함없이 나를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가면을 쓰고 나를 대했던 사람들이 드러난다.
팀장과 여자 선배는 오자마자 갑작스러운 회사의 합병 통보 및 퇴직금 이슈를 말하며 분위기를 유리한 쪽으로 만들려는 듯 보였다. 팀장의 인스타 스토리에도 여러 카톡 내용, 회사를 압박하며 비난하고 사람들을 동조하는 내용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아무렇지 않게 여자 선배와 팀장은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지만 왠지 모르게 껄끄러운 느낌이 났다. 여자 선배를 통해 팀장과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 생각이 들었고 나는 업무적으로 껄끄러운 부분이 없어야겠다고 생각해서 팀장과 면담을 신청했다.
먼저 팀장의 감정을 상하게 했던 부분들을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조심하겠다고 했으며 다음부터는 나에 대한 피드백을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불편한 감정으로 업무적으로 부딪히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팀장의 입에서 나온 건 절대 아니다 였다.
"저는 그런 말 한 적도 없고, 그분이 많이 이상하신 분이네요. 오해하신 거예요. 저는 되게 열심히 일하는, 본받고 싶은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분은 oo 씨 오셨을 때부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요. 저한테 oo 씨의 - 개인사까지 다 말했다니까요? 믿어주세요"
지금 무슨 ….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팀장은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여자 선배와 이간질을 한다. 여자 선배는 나를 싫어하면서 조언해주는 척, 충고해주는 척 팀장과 이간질을 했을뿐더러 개인사까지 제멋대로 말하고 다녔다.
나의 에너지를 빼앗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
멘털 관리를 위해 친한 동료와 식사를 하고 좋아하는 친구와 카페에서 이야기를 했다. 나사가 빠진 듯 운동을 했다. 집에 가서도 이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왜 남들 손에 내 삶을 맡겨야 할까. 직장이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여자 선배는 나의 약점을 이용해서 자신의 입지를 견고히 하고 다른 동료와의 이간질까지 시켰다. 나는 그 여자 선배의 매출을 위해 노력했는데 그걸 이렇게 풀어버렸다.
내가 관리하는 회원들은 어떨까? 내가 그만둘까 봐 나를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태세를 바로 전환한 회원들도 있다. 마음 한쪽이 구멍이 난 것 같다.
고용주는 다른 회사에 우리가 일궈갔던 모든 것을 팔아버렸다. 맞다.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자신이 관리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고점에서 팔아버리는 게 더 나았겠지,
하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내 회사라고 생각하며 관리했다. 상실감이 없을까, 통보라니..
근데 애석하게도 나는 힘이 없다. 합병 통보는 경우가 없는 일이고 절차도 없지만, 대표와 본부장님의 감정이 이해가 된다.
내 삶의 일부를 흔들어버리는 일이 남의 결정을 통해서 이뤄지게 되니 무력감을 느꼈다. 결국 갑과 을의 관계일 뿐, 나는 아무것도 갖춰져지지 않은 사람일 뿐인걸..
먹고살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라곤 어떻게든 경험하고 나에게 맞는 걸 생각했던 것뿐. 나는 어떻게든 돈을 벌고 싶어 했고, 근데 어떻게 하는지 몰랐고,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지가 될지 몰랐는데, 나는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 한 사람도 없었는데 속상하다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할까.
같이 목소리를 내기에도 힘든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료가 나를 깔 아물게 고 일어서려고 하니 그 사람이 너무 미웠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살아갈 구멍을 만들어야 하는 것, 그 상황에서 내가 더 유리하게 된다면 좋다. 생존이 간절한 걸까 사실 내가 미워하는 그 모습이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 악착같이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은 같다. 하지만 난 같이 성장하길 바랐다.
우리가 일궈놓은 것들은, 함께했던 것들은…
왜 우리의 고점을 봤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일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