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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im Jan 29. 2023

사랑과 문학의 언어는 그렇게 살지 말것을 명령한다 3

켄 리우 「종이 동물원」, 그리고 깨달음


사랑과 문학의 언어가 외치는 명령


 다만, 그대여, 삶이 환상으로 가득 차 있다고 그 속에서 허우적대며 빠져있을 수만은 없다. 결핍과 상실을 느끼면서도 사랑을 나누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


 「종이 동물원」에서 ‘나’의 어머니는 문화대혁명으로 고향에서는 가족을 잃었고, 홍콩에서는 노동 착취를 당했으며, 가까스로 넘어간 미국에서는 자신의 아들에게서 소외당했다. 온갖 상처를 입어도 꿋꿋이 버티던 그녀에게 가장 큰 상처는 아들로부터의 소외였다. 언어를 주고받지 못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나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그녀와 언어를 주고받아 주었다면 그녀의 상실감은 한층 덜해졌을 테다. 삶의 애환과 사랑의 상실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실재를 확인하기 위해 아등바등 글과 기억을 남겼다.

'날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나도 아무것도 이해하질 못했고. 네 얼굴은 그 모든 게 진짜였다는 증거란다. 내가 꾸며낸 기억이 아니라는 증거. 나한테 마침내 이야기할 사람이 생긴 거야. (중략) 그런 네가 엄마한테 말을 안 하려고 했을 때, 또 너한테 중국어로 말을 못 걸게 했을 때 엄마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이해할 수 있겠어? 그때 엄만 모든 걸 다시 잃어버린 기분이었어.'
(「종이 동물원」 中)


 타인의 고유한 고통을 알게 되면 애틋함이 생기고, 그 애틋함은 결국 스스로를 보듬는 도구가 된다. 사랑을 나누고 문학을 음미하는 일에서 우리는 아픔을 누릴 수 있다. 그 고통은 합리성과 기계적 사고로 점철된 가짜 낙원을 단호히 뿌리치고, 잃었던 낙원 혹은 실재, 진리를 되찾는 데 쓰이는 아픔이다. 그러다 보면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할 만한 사람을 미워하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다. 그렇게 삶이란 모든 비극에도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사랑과 문학을 조금씩 알아가며 나 역시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결국 인간이 가장 갈구하는 것은 사랑, 인정, 관심이라는 것을 느낀다. 사랑과 문학의 언어는 가짜 낙원에서 발아한 바이러스가 원하는 대로 살지 말 것을 나에게 명령한다.


작자 미상, 《네덜란드 하우스도서관》

그대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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