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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im Jan 29. 2023

사랑과 문학의 언어는 그렇게 살지 말것을 명령한다 2

이기호 「탄원의 문장」, 김연수 「첫사랑」


인생이라는 환상 속 결핍과 상실


 나는 사랑을 나누지 못해 안달 난 결핍을 가졌고, 그녀는 사랑이 끝난 후 찾아오는 상실의 쓰라림을 겪었다. 우리의 만남은 결핍과 상실의 경험이 서로를 끌어당긴 데에서 비롯되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소설 속 인물들도 엇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그대는 문학 작품의 줄거리만 대강 파악하며 그것을 허구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에 우리와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게 얼마나 인간과 문학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어리석은 태도인지 그대는 깨달을 수 있을까.


 사랑이 보여주는 삶의 환상에 대해 무지할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탄원의 문장」의 P와 「첫사랑」의 ‘나’는 사랑의 욕망에 지나치게 빠진 채 사랑하는 대상을 소유하려 했다. 그들은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착각했다.


 P는 ‘이’라는 지시관형사를 알레고리로 삼아 박수희에게 폭력적인 사랑을 가했다. ‘저 선배’가 아닌 ‘이 선배’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한 문장은 대화의 주체(P)와 객체(박수희)를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했고, 위계를 생성했다. 박수희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버리려 했고, 최에게 가학적인 사랑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이’가 단순한 ‘이’가 아닌 하나의 커다란 고유명사로 다가와, 그 안에 붙들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탄원의 문장」 中)


 한편, ‘나’는 사랑을 거부당한 뒤 술집 누나 혜지에게 언어적 폭력을 가하며 자신의 상처를 전이시켰다. 아름다운 나비와 반딧불이를 잡자 이내 바스러져 흉측하게 변했던 것처럼, 사랑의 욕망은 흉측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그을린 유리로 일식을 바라봐야 하는 것과 같이, 사랑하는 대상에게 기다림의 시간과 공간을 두고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망쳐버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야. 영양을 덮치는 들개들처럼 사람들은 아름답고 소중하고 정의로운 것이라면 달려들어 추하고 더러운 것으로 만들어버려. 짓밟고 때리고 뭉개고 나면 아름다움이란 그저 찰나에만 존재해.' (「첫사랑」 中)


 사랑이 과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는 것일까. 그게 환상이라는 걸 알지 못할 때 예기치 않은 폭력이 발생한다. 합리 대한 광신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대는 여전히 사랑의 환상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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