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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im Mar 13. 2023

상실의 시대... 흔들리는 청춘 1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과 하루키 신드롬


 청춘이란 특정한 '시기'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꿈을 믿고 움직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에서 청춘의 방황과 사랑을 다루며 세계적인 하루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왜 많은 청년들이 그의 소설에 열광했을까. 그 신드롬의 시작에 1987년 출간된 《노르웨이의 숲》이 있다.


한 청년의 방황과 사랑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결핍과 상처를 안고 산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과 사랑받지 못했던 아픔을 안은 채 인물들은 방황한다. 그 방황의 길에서 사랑과 죽음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가며 성장통을 겪는다.

나는 늘 그런 침묵의 공간 속에 이리저리 흩어져 떠다니는 빛의 입자를 바라보며 내 마음을 찾으려고 애써 보았다. / 내 눈에 비친 것은 무한히 이어지는 수렁뿐이었다. 다만 어디로든 가지 않을 수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따름이었다.


 와타나베는 절친 기즈키의 자살을 맞닥뜨린다. 남자친구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오코마저 자살하고, 그녀를 사랑하던 와타나베는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를 잡은 건 미도리였다. 그녀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결핍에 시달렸고, 그들의 불완전함은 서로를 끌어당겼다. 결국, 와타나베는 '봄날의 곰'과 '정글의 호랑이'만큼 미도리를 사랑하게 되며, 방황을 멈추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자 한다.

누구의 눈길도 의식하지 말고, 이러면 행복해질 것 같다 싶으면 그 기회를 잡고 행복해져요. / 와타나베는 이제 어른이니까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져야 해.


일본 사회의 모순과 알레고리


 이 작품은 1960~70년대 전후 일본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은 세계대전 패망 후 미국 주도의 질서에 편입하며 경제를 발전시켰다. 그 영광'피 묻은 달러'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었고, 많은 일본 청년들이 이에 저항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결국 그들 또한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지배적인 시류에 편승해 '밥벌이'를 해야 했다. 갈수록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청년들의 '허무함'과 '자괴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세상을 지탱하는 건 서민인 데다 착취당하는 것도 서민이잖아. 서민도 모르는 말로 무슨 혁명을 하겠다는 거야, 뭐가 사회혁명이라는 거야! / 나는 혁명 같은 거 안 믿을래. 난 사랑만 믿을래.


 하루키는 이러한 허무주의를 잘 파고든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죽음, 꿈, 섹스, 재즈 같은 장치를 활용해 불안한 현실 속에서 고독한 개인을 표현한다. 기즈키와 나오코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와타나베는 계속해서 꿈을 꾼다. 그는 스스로를 달래고자 여러 명의 여자와 섹스를 한다. 그리고 그 배경음악으로 유수의 재즈가 흘러나온다. 이 같은 알레고리는 《노르웨이의 숲》뿐만 아니라 《1Q84》 등 하루키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상실의 시대... 흔들리는 청춘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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