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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일근 Jun 17. 2022

구글과의 TV 개발

안드로이드 수장 앤디 루빈과 만남

4. 구글과의 TV 개발


아이폰의 등장과 구글의 위기의식


구글의 TV 개발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던 2011년에 시작되었다. 그 도화선이 된 사건은 바로 애플 아이폰의 등장이다. 2007년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해 휴대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그 현상을 지켜보던 구글은 상당히 초조했다. 만약 애플이 이대로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면 자체적으로 인터넷 검색 엔진을 개발해서 아이폰에 탑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구글은 황금알을 낳는 검색시장에서 퇴출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컸다.


이 당시 구글의 CEO는 애릭 슈밋이었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던 2007년에는 애플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했기 때문에 아이폰 출시와 판매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할 때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 개발을 서두르게 시켰다고 한다. 그 후에 사실을 알게 된 스티브 잡스는 에릭 슈밋을 이사회에서 퇴출시켰다.


구글은 그렇게 아이폰의 독주를 막기 위해 자바 프로그램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안드로이드를 개발했고, 2008년 하반기에 대만의 HTC와 함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이후에는 삼성과 LG가 합류해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형성되었고 애플의 공세를 막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만약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출시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독점하였을 것이고 구글은 사라질 수도 있었다.



빗나간 전망


안드로이드 플랫폼 개발을 주도한 사람은 당시 구글의 수석 부사장 앤디 루빈이다. 내가 그를 만난 2010년 구글은 상당히 잘 나가고 있었다. 안드로이드가 애플과 경쟁을 벌이던 시점으로 스마트폰 업체들이 구글의 도움을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찾아가던 시절이다.


그 무렵 LG는 스마트폰 전환의 때를 놓쳐 시장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전까지  피처 폰으로 선전하고 있었다. 특히 초콜릿 폰이 성공하며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아이폰이 등장했는데 독이 되는 타이밍이었다. 기존 폰이 성공하고 있던 중이라 새로운 스마트폰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아이폰이 나왔을 때 경영진은 찻잔 속 태풍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애플은 진짜 태풍을 일으키며 기존 업체들을 무너뜨리고 휴대폰 시장의 강자가 되었다.


2007년 스티브 잡스는 Keynote 스피치에서 아이폰에 대해 이렇게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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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차원이 다른 휴대폰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키패드에서 터치로 바꾼 획기적인 제품이다. 이 터치가 애플 아이폰의 핵심 기술이고 이것을 위해서 애플은 새로운 운영체계를 도입했다. 터치 인터페이스는 어린아이들도 사용할 수 정도로 손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인 것이다.”
 



구글의 TV 시장 진출


스마트폰에서 고전하던 2010년 10월에 소니가 구글 TV를 전격 출시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인텔 CPU를 사용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와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TV다. 그 제품은 트위터, 판도라, 넷플릭스, NBA 하이라이트 유튜브 서비스가 제공되었는데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경쟁사인 소니의 TV가 애플 아이폰처럼 성공할 수도 있겠다고 전망하며 이에 대한 대응을 고민했다.


사실 2010년 소니는 TV 시장에서 한국의 업체들에게 밀리며 사업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서 소니는 뭔가 획기적인 한방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기반의 구글 TV를 출시했다.


프러포즈


소니의 구글 TV 출시에 긴장한 우리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구글로 향했다. 안드로이드의 수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방안을 찾던 우리는 당시 우리 CTO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러면 앤디 루빈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는 디지털 TV의 아버지로 인정받는 분으로 지명도가 높고 미국의 TV와 IT 업계에서 상당히 저명한 분이었다. 모두가 디지털 TV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길 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분이다. 회사에 이런 분이 계시다는 행운을 회사는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당시 스마트폰이 매우 급한 현안이었던  모바일 사업부는 지속적으로 구글과 미팅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비교적 수월하게 앤디 루빈과의 미팅이 정해졌고, CTO를 모시고 회의에 참석해 앤디 루빈을 만났다. 회의는 앤디 루빈과 CTO가 주관했고, 우리는 구글 TV에 대한 관심을 전하고 함께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앤디 루빈도 긍정적이었고 구글의 TV개발팀과 만나도록 해주었다.


앤디 루빈은 우리 CTO에게 상당히 관심을 보였다. 우리를 구글 캠퍼스 근처에 있는 브라질 식당으로 안내해 저녁을 같이 먹으며 여러 얘기를 나눴다. 앤디 루빈은 자기 집에 개인용 극장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자기가 직접 프로젝트와 오디오 장치 및 여러 가지 AV 기기를 연결하고 시스템을 만든다고 했다. 우리 CTO도 시스템을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해 두 사람은 서로 공감하며 대화는 즐거워졌다.


IT 업체의 임원들은 이렇게 제품을 직접 설치하고 사용해보는 취미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아랫사람들을 시키곤 한다. 임원은 운전기사와 비서 및 staff 부서들이 있어서 거의 모든 것을 대신해준다. 자기가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분해해보고 사용해봐야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개선해갈 수 있다.
 



기존 구글 TV의 문제점


우리 CTO와 앤디 루빈의 만남 후 구글 TV의 개발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되었다. 개발을 함께할 구글의 책임자는 빈센트였는데 그는 총괄 책임자로 Sony와 함께 개발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구글 내에서 입지를 구축한 인물이다.


2010년 10월에 출시된 Sony의 구글 TV을 사서 분해해보니 문제점들이 보였다. 먼저, 인텔 CPU를 사용했기 때문에 CPU 위에 팬이 붙어 있었다. 발열 문제로 인해서 팬을 부착한 것이다. TV에 팬을 부착하는 것은 소음으로 인해 클레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도 PDP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PDP도 열이 많이 나서 팬을 부착했는데 소비자들에게 클레임을 받았다. 특히 주변이 조용한 밤에 TV를 볼 경우 팬 소리가 심하게 거슬리고 시청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TV를 조작하기 위해 제공되는 무선 키보드다. 크기가 작긴 하지만 사용자가  검색하려면 키보드로 입력해야 하는 것이다. TV에서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매우 불편한 일이다. 구글 검색을 스마트폰에서는 쉽게 하는 반면, TV에서는 무선 키보드로 조작한다는 게 작지 않은 문제점으로 보였다.


이 두 가지 문제로 인해서 소니의 구글 TV는 성공하기 어려워 보였다. 구글도 TV사업에는 경험이 적어서 이런 점을 놓친 모양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와 일을 해보면 하드웨어와 제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이 구글과 애플의 차이점이다. 애플은 하드웨어를 제작하면서 소프트웨어도 같이 만드는 회사이다. 제품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 애플의 기업 정신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제는 하드웨어까지 직접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구글 폰과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가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이 제품들을 통해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를 알아가고 있다.


구글 TV도 같은 경우이다.  소음을 일으키는 팬과 사용하기 불편한 키보드는 피해야 하는데 TV를 컴퓨터처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이런 실수를 한 것이다. 이렇게 분석한 문제점을 구글에게 전했고 구글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모양인데 내색을 안 한 것 같았다.


기술력이 해결하다


우리는 구글에게 그 해법을 제시했다. 당시 우리는 자체 DTV용 고성능 칩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구글 TV 플랫폼을 우리 칩에 올리라고 제안했다. 이 칩은 DTV 전용이지만 저전력 설계로 팬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구글 TV용으로도 적합했다. 우리가 자체 칩을 제시하자 구글은 매우 놀랐다. 칩을 보유했다는 것은 그 회사의 수준을 말해준다. 나도 이때 새삼 느꼈다. 자체 전용 칩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게 TV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을.


LG전자는 DTV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 팀들이 그 후로도 20년 이상 개발을 이어왔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칩을 만들 수 있었다. 이런 기술력의 기반 위에서 구글 TV 개발이 시작되었다. 시장에 출시를 하게 되었다. TV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동안 인상 깊었던 지점은 구글의 문화다. 구글은 전형적인 엔지니어링 회사다. 구글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엔지니어들이 하고 있다. 직원을 뽑을 때도 철저히 능력을 검증하고 뽑는 것으로 유명하다. 같이 일할 동료를 엔지니어들이 직접 뽑고 인사 부서는 단지 채용절차를 도와주는 정도이다.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되어 회사가 운영되는 느낌이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창업자와 강당에 모여서 격의 없는 공개토론을 한다. 이렇게 직원들과 소통하는 기업문화가 참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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