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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일근 May 18. 2022

삼성에게 한 수 배우다

한계를 넘다..

디자인의 실현,  한계를 넘어서다


그야말로 내가 딱 원하던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이다.  그건 정말 큰 숙제였다.  개발업무를 잘 알고 있던 나로서는 엔지니어들의 반대에 부딪칠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이 많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심 끝에 나는 좀 무식하게 밀고 나가기로 했다.  개발팀에게 그 디자인과 똑같은 시제품을 만들어오라는 단 한 마디만 했다.   디자인을 절대 변경하지 말고 시제품을 만들라고 했다.


그야말로 한계에 도전하는 상황이 되었고,  나는 Task팀을 구성했다.  평택 공장에 별도의 작업공간을 만들어 관련 부서를 모두 들여보냈다.  그곳에서 회로, 기구, 소프트웨어, 부품 등 모든 개발인력이 모여서 함께 제품을 설계하고 실시간 논의를 해가면서 문제 해결에 매진했다.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숙식 및 휴게 시설을 마련했고,  태스크 룸 벽에 슬로건까지 걸고 발대식을 가졌다.


‘안 되는 이유보다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자.’


무식한 방법으로 보이지만 여러 부서가 한꺼번에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는 방식이다.  전문용어로 ‘동시 엔지니어링(concurrent engineering)’이라 한다.


삼성이 성과를 내는 방식


이런 방식은 삼성에게서 벤치마킹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TV연구소장으로 있을 때 삼성과 LG의 TV사업부장과 연구소장이 수원에서 2:2로 만난 적이 있다.  그날 저녁식사가 술자리로 이어졌다.  당시는 삼성이 보르도 TV를 출시해서 소니를 제치고 TV 시장에서 1등이 된 시점이다.  그들은 자신만만해서는 여러 얘기를 해줬는데  그중 삼성 TV사업부의 업무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삼성은 개발, 마케팅, 구매 등 모든 부서가 한 건물에 모여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국내외 어디서든 생산,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당 부서로 올라가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고도 했다.  그분들은 지금 모두 삼성에서 고위 임원이 되어있다.


삼성은 그렇게 업무 속도를 위해 집중된 구조를 갖고 있었다.  반면 LG는 어떠 한가.  공장은 구미,  본사와 마케팅 부서는 여의도,  연구소는 서울대와 우면동으로 분산돼 있다.  문제에 대처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쟁력은 이런 부분에서도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 시스템을 그램의 개발에 적용해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같은 공간에 관련부서가 모여 있자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


가볍게!  더 가볍게!


1Kg 이하 노트북.  단순한 목표였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일은 무척 어렵고 방대했다.  먼저 베젤이 좁은 13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내야 하고 무게도 줄여야 하는데 이것이 난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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