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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훈 Jan 05. 2025

마음이 행복한 사람은


오래전의 일이다.

40대 중반의 나이 때 친구들과 경주 보문리조트에서 동창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새벽녘엔 사우나로 향했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우리가 벌써 중년 나이가 되었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세월은 어쩜 이렇게 빨리 흐르는지.” 하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새벽 공기에 우리의 말들은 허공을 맴돌다 흩어졌다.


그때였다. 사우나 문을 열 준비를 하던 한 노인분 께서 우리들에게 물었다.

“올해 나이들이 어떻게 되나요?”

“우린 40대 중반들입니다.”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 좋은 나이입니다. 내가 그 나이라면 못할 게 없을 텐데. 청춘의 나이가 부럽습니다. 내 나이는 이제 72이랍니다.”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노인의 한마디는 얼음장 같은 느낌이었다. 불평 대신 감사할 나이를 두고, 우리는 어리석게 한탄만 하고 있었던 걸까? 돌이켜보니, 그때의 나이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절정의 시간임이 분명했다.


새해가 되면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방송이 울려 퍼지고, 캠페인이 사회에 펼쳐진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경기가 어려워 나눔의 손길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우리는 과거보다 풍요롭게 살고 있으면서도, 더 이상 서로 돕는 일에 마음을 열지 않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을 소유해도 ‘아직 부족하다’는 마음에는 나눔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은행 통장에 99억 원이 있는 사람은 모자란 1억 원을 채워야만 만족을 느끼고, 처음 30평 아파트를 마련한 사람은 40평대를 꿈꾼다. 욕심은 끝이 없고, 그 끝없는 욕망이 마음의 여유와 행복을 갉아먹는다.


행복한 마음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더 많이 가지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소유가 아니라 나눔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감사하고, 지금 가진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넉넉한 사람들이다. 행복이란 곧 아량이다. 남을 돌아보고 나눌 줄 아는 여유를 가질 때 비로소 그 깊이에 닿는다.


언젠가 새벽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환경미화원 한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말했다.

“제가 대합실을 깨끗이 치우면, 출근하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겁니다. 그 사람들이 또 주위 사람들에게 미소를 전하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겠죠. 그것만으로 제 하루는 충분히 보람 있는 삶입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생긱했다. 성공이란 대단한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 그 자리를 빛내고,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게 만드는 일이다. 지위나 명예와는 상관없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 아닐까?


대학원의 한 심리학 교수는 강의 중에 이렇게 말했다.

“지구의 한 구석을 쓸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작은 구석을 깨끗이 하는 일이 곧 지구 전체를 밝히는 일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일을 바라보면, 그 가치는 높아지고 행복 지수도 올라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나 직업, 지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속에서 시작되는 행복이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감사하며,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 행복은 비로소 우리를 찾아온다.


올해 초,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구석을 쓸며 빛을 나누면 어떨까? 내가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그곳이 빛나고,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삶.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고, 행복의 시작일 것이다.


“마음이 행복한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사실상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주변과 이웃에 행복을 퍼뜨리는 존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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