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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화 Jun 21. 2022

누구나 갖고 있는 살 빼는 약

성공을 갈망하는 트레이너의 자기계발 이야기

'그 맛'

뇌리에 아주 깊게 각인 된 그 맛을 애써 외면해야 하는 고통, 집 밖을 나서는 순간까지 내 발목을 잡는 귀찮음, 매 운동 중 느끼는 인내의 한계와 현타, 한 번씩 느끼는 운동 후 더 짧아진 하루에 대한 상실감



이것들을 곧 마주해야 한단 사실을 지난겨울 본인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머리는 이러면 안 된다 말하지만 입은 먹고 몸은 늘어져있다. '연말 약속 다 지나가면 진짜 운동해야지'라는 다짐에 1월 1일 헬스장을 등록했다가 이내 그 열정은 가라앉는다. 

날이 더워 겉옷을 벗어야 하나 고민이 될 즈음에야 다급 해지는 이 이야기는 누구 얘기인지 나는 다 알고 있다.



긴 공백기 후 다시 시작은 운동은 태어나 처음 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겨울 간 푹 묵혔다 꺼낸 나의 체력과 근력이 이렇게 저질일 수 없고 운동이 이렇게 힘이 들 수가 없다. 

매 봄마다 매 겨울을 후회하길 벌써 몇 년째 그때마다 다이어트에 온 사고의 프레임이 맞춰지기 때문에 다이어트 제품 광고가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오게 된다.




많은 다이어트 약, 보조제에 핵심 성분 중 하나인 'L카르니틴' 



L카르니틴은 지방을 에너지로 쓸 수 있게 지방산을 세포로 옮겨주는 역할을 하며 식약처 검증 성분이다. L카르니틴이 활성화되어있을수록 지방 감량에 유리하다. 

보충제 업체, 다이어트 업체들은 이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며 다이어트 약의 효과를 자랑한다. 그걸 보는 입은 상술을 말하면서도 속으론 또 속아보고 싶다.



그런데... 약으로 다이어트 성공한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나는 없다. 

다이어트 한약을 먹어도, TV광고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그 어떤 걸 먹어도 효과 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다이어트 약이 효과가 없는 이유



인체가 생존에 필요한 안정적인 상태를 능동적으로 유지하려는 성질인 항상성 때문이다. 특히 인체 자체 생성물질을 외부에서 추가 투입할 경우 강하게 저항한다.



L카르니틴은 인체에서 자체 생성하는 성분이다. 

5의 수치가 평균적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1만큼 추가로 섭취한다고 인체의 L카르니틴 농도는 6이 되지 않는다. 자체 생성량을 줄여 5로 맞춰버린다. 

외부 호르몬을 주입하는 보디빌더의 자체 생성되는 남성호르몬이 제로인 것과 같다. 보통 식욕억제제 성분도 함께 섞여있는데, 식욕억제제로 잠시간 식욕을 억제하여 체중 감량을 하더라도 어차피 곧 돌아온다 필연적이다. 항상성이 강하게 반응하면 지방분해 약물조차 저항해 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이어트 약효과를 봤다'는 사람을 봤다면 높은 확률로 플라시보 이펙트 거나 혹은 쓴 돈이 아깝기 싫어 평소보다 더 움직이게 하고 덜 먹게 하는 심리 효과다.




재밌는 건 실제 약효는 그리 중요치 않다. 


이 약을 먹음으로써 내가 살이 빠질 거라 믿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이게 진짜 약의 효과다. 항상성은 심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공복 유산소 운동이 살이 더 잘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공복에 근력 운동을 하면 왠지 평소보다 힘이 안 나는 듯하다. '빈속이라 힘드네'라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론 이미 전날 먹은 음식의 혈당은 몸에 충만한 상태다. 몸 상태론 전혀 공복이 아니지만 내 머리가 공복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심리적 항상성 반응이다.




이것이 '믿음'의 힘이다.






믿음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물리적으로 내 몸에 이렇게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다이어트 혹은 근육을 만들 때 내가 원하는 그 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임하는 것과 아닌 경우의 차이는 정말로 크다. 믿음이 없다면 정체기, 고비를 만났을 때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굳이 다이어트 약을 찾을 필요 있는가? 

목표를 세우고 그에 대한 계획을 세워 그걸 실현할 거란 강한 믿음과 믿음을 실현할 의지가 있다면 다이어트뿐 아니라 훨씬 방대한 범위에 그 힘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뒤늦게 믿음과 긍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렇게 내 삶의 변화가 시작되었듯이,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인데 내 몸 하나 못 바꿀까? 이전엔 탄 단지와 칼로리, 운동이 전부라 생각했던 나는 지금은 이 힘을 더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심어주고 활용한다.



L카르니틴뿐 아닌 대다수의 보조제 효과는 효과 자체는 검증되었으나 그게 인체에 유입되었을 때 효과는 위와 마찬가지의 수준이다. 식약처 인정 기준 '효과가 있다'로 판정받는 성분은 프로틴과 카페인 정도다. 그 외 나머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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