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건축공간을 사유하며
<나미키 스퀘어(なみきスクエア) by Yamashita Sekkei>
나는 대학원 석사시절 공동주택 내의 사회적공간에 관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이는 내가 학부생일때 부터 도시에 건축공간을 만드는 사람으로써 일종의 사명감과 책임감의 연장선에 있는 연구였다.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커뮤니티에 대한 스터디와 논리를 가지고 공간을 계획하며 그에 따른 비전을 그리고 있지만 나는 항상 공간이 내가 의도한대로 사람들에게서 환영 받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계획하는 공간은 사람의 행동을 디테일하게 조절하고 사람들이 없을 때 완벽한 모습이 나오는 공간 보다는 공간에서 사람들의 잠재적 행위들이 살아나서 행동으로 사람들과 함께 완성되는 공간이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왔다.
국내에서 그런 나의 이상형의 커뮤니티 공간의 모습을 찾았는데, 교수님이 공간연구를 따라 간 일본에서 길을 걷다 발견하게 되었다.
답사는 대학원에 있던 2017년에 진행되었다.
5년이 지난 답사의 기록이다.
그간 현업에 있으면서 건축에 대한 생각이 그때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 졌는지 이제야 비로소 이 답사기록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쿠오카에서 북쪽으로 JR 가고시마본선을 타고 치하야(千早)역에 내려 아일랜드시티 방면으로 조금만 걸으면 나미키 스퀘어(なみきスクエア)가 나온다.
그렇다. 나는 이 공간을 아일랜드시티를 가는 길에 발견하였다.
❏나미키 스퀘어なみきスクエア
후쿠오카 시에 위치한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이 있는 문화복합 커뮤니티시설로써,
특징적으로 지역 학생들의 악기연습 공간과 시립도서관, 행정시설까지 함께 있는 복합공간이다.
사이트는 역사와 새로움 모두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나미키스퀘어는 새롭게 형성된 거주지의 주민과 기존의 주민들을 아우르는 새로운 로컬 커뮤니티를 만들고 미래의 문화를 연결하는것 까지를 목표로 하는 공간이다.
건축가는 이 공간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상호작용하는 무대가 되는 숲이 되길 기대했다. 그래서 내부(건축 내부공간), 바람, 자연과 같은 건축 외부공간, 그리고 그 사이의 전이공간 이 세가지의 요소를 섞는 것을 컨셉으로 하여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콘크리트 대나무숲같은 파사드에 이끌려 중앙의 입구로 들어가게 되면 2층까지 뚫린 중앙 홀이 나오고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의 커뮤니티 센터로 이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행정센터와 지역주민의 교육공간, 도서관, 만남의 공간이 경계없이 어우러 질 수 있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것 같다. 중앙의 오픈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 공간이 있고, 그 모습을 바깥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구조에 대한 도전과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공간의 구조와 디테일은 매우 정교하거나 섬세하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커뮤니티에 대한 적극적인 시도와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정착이 되었을때, 어떻게 보면 마감도 없고 콘크리트와 유리, 루버로 이루어진 공간이 사람의 움직임이 이 공간의 디테일이자 키포인트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으로 요즘의 우리는 공간을 배치할 때 유리벽으로 내부실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모습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코로나가 끝난다고 했을 때, 마스크를 벗고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꽤 생긴 세상이다.
통념적으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와 외부시선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로 유명한 일본사회에서 이러한 공공공간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을 보는 것은 스테레오타입의 붕괴같은 경험이었다.
무조건 시선을 차단하고 가리면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것은 어쩌면 사람을 위한 일차원적인 방법일 뿐이지 않을까? 사람들의 표면적 욕구에서 나아가 더 깊은 연구를 통해 행위와 욕구에 대한 잠재적인 요구까지 통찰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다면 새로운 차원의 공간에 대한 담대한 시도와 그 성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