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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키온니 Jun 14. 2023

당신이 받은 최고의 서비스는?

혼자일 때 비로소 느끼는 여유와 행복의 시간들

요즘 국내외 할 것 없이 항공기 승무원 채용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 같다. KLM네덜란드항공사 교육을 받으러 아주 오랜만에 인천공항을 방문했던 작년 6월까지만 해도 공항도로가 너무 한산해 서글픈 느낌까지 들었는데 승무원채용의 소식과 더불어 붐비는 공항을 보고 있노라면 여행의 자유로운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반가운 마음이 든다.


국내는 최종까지 면접을 본 경험이 없기에 잘 모르겠다만 외항사 면접을 보게 되면 빼먹지 않고 꼭 등장하는 몇몇 개의 공통질문이 있다.

그것 중 하나가 바로 ‘당신이 경험한 최고의 서비스 또는 최악의 서비스란?’이다. 아마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승무원의 소양과 신념을 엿볼 수 있으며 그 답변 통해 얼마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 갑자기 현재의 나로서 또는 서비스인으로서의 ‘최고의 서비스는 무엇일까’ 를 생각해 보았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입사를 하고 눈 깜짝할 사이 1년을 채워가고 있다. 벌써 17번째 비행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인천-암스 구간만 비행하는 한국인 승무원은 한국승객들을 위해 항상 2-3명씩 배치된다.

그렇게 암스트레담에 도착한 우리는 식사를 하거나 네덜란드의 소도시 관광을 가는 등의 시간을 함께 보내곤 하는데 이번 비행은 각자의 계획들 덕에 오랜만에 Me time(나 홀로 레이옵)을 보내게 되었다.


별 특별한 일정은 아니었으나 애정하는 네덜란드의 여름이 온 만큼 자전거를 타고 교육기간 동안 틈만 나면 갔었던 국립공원을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한국에서도 대부분 혼자시간을 즐기는 편이지만 여행지에서의 혼타임은 나를 아주 많이 설레게 한다.


나도 나이가 들겠지? 그렇다면 그들처럼..

Amstel park로 가는 길, 녹음이 짙어져 간다

하루의 첫 일정은 현지호텔 앞의 Amstel park,

전 레이오버 산책 때 보았던 공연 포스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술관보다는 공연 관람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로서 지나칠 수 없는 기회였고 아주 운이 좋게도 한 달에 한번 있는 무료공연의 날짜가 딱 맞아떨어지니 와이낫?

생활체육의 나라답게 네덜란드인들은 못하는 운동이 없다고 소문나있는데 운동뿐만 아니라 연령대와 지역에 따른 취미를 위한 소집단이 많은 듯한 것으로

보아 취미생활 역시 다양하게 활성화된 나라인 거 같다. (이날 KLM항공 승무원들 오케스트라공연도 열리는 날이었는데 거리가 멀어 포기ㅠ)


그날의 공연은 시니어들로만 구성된 시니어 오케스트라 공연이었다. 하나같이 머리카락이 새하얀 할머니, 할아버지들 뿐이었는데 관객들마저도 그들의 배우자들 또는 친구들로 구성된 말 그대로의 시니어 집단이었다. 그 속에 유일한 동양인의 그나마 젊은 관객인 나, 그런 사실 관계없이 공원에 온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공연이었다. 햇살이 강한 오후 시간대였는데 그늘 밑에 계신 분도 보였지만 반이상이 햇살을 그대로 마주 앉아 연주를 하셨다.

시니어들로 이루어진 숲 속의 오케스트라 공연

열정적인 지휘자분의 지휘에 따라 따가운 햇살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세 흐트러짐 없이 한 곡 한 곡 연주해나가시는 모습들은 그들이 얼마나 완벽히 곡을 해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그저 감동스러움을 자아냈다.

얼마나 많은 날들을 이날을 위해 모여 함께 준비하고 연습했을까가 느껴지니 그것만으로 훌륭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갈수록 저들처럼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갈 꾸준한 취미를 꼭 만들어야겠다 다짐했다.



맘껏 사치 부려도 괜찮아(30유로의 행복)


공연이 끝나자마자 호텔로 돌아와 전날 사두었던 피크닉매트와 조식에서 미리 싸두었던 점심 샌드위치, 책 따위를 주섬 배낭에 챙겨 호텔 자전거를 빌렸다.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에 구글맵 장착 / 조식에서 슥삭 포장해둔 점심 샌드위치

한국에서는 거의 자전거를 타지 않아 혹시나 ‘암스트레담 민폐녀’가 되면 어떨까 염려되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나만의 페이스대로 움직이면 되면 오늘은 ‘미타임데이’ 니깐.. 우려했던바와 달리 작년의 자전거를 탔던 감각이 되살아났고 외국에서 유용한 ‘자전거길 구글맵’ 덕분에 어렵지 않게 Amsterdamse Bos 공원에 도착했으며 교육생 시절 참 좋아했던 그곳의 거대한 자연과 예쁜 새소리는 여전했다.


매트를 펴놓고 낮잠도 자고 책도 읽다가 조식에서 싸 온 샌드위치도 먹고 전날 마트에서 산 유럽의 납작 복숭아도 어찌나 달고 맛있었던지..

그저 비현실적인 과거에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드넓은 잔디밭 아무곳에 매트를 깔고 누우면 잠이 솔솔 / 일요일을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

돌아오는 길에는 일요일의 ’Flea market’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주부가 되고 보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예쁜 유럽 브랜드의 접시와 찻잔들이 빈티지 상태로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 아닌가. 얼마 전 백화점 구경 갔을 때만 해도 헉소리나는 가격에 돌아섰던 그 예쁜 그릇들이 종류도 다양하게 좋은 상태를 유지한 채 '나데려 가세요’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신이 났지만 전부 운반할 수 없기에 욕심 내지 않고 다음 주말 비행을 기약하며 찻잔세트 2개와 디저트 접시 2개를 집어 들었다. 나는 나름 적게 고른 건데 간만의 큰손? 손님이었는지 주인 할아버지께서는 총금액에서 5유로나 인심 좋게 깎아 주셨다.


정가의 10프로 정도만의 금액으로 갖고 싶었던 그릇들을 가지다니…. 이 글을 읽는 주부님들은 당장 네덜란드로 달려가고 싶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유럽 중에서도 좋은 질과 좋은 가격의 빈티지상품으로 유명한 벼룩시장이 많은 곳이 네덜란드라고 풍문으로 들었는데 직접 경험해 본바 확실하니 일단 강추합니다**)

네덜란드 벼룩시장의 예쁜 그릇들 / 집으로 가져와 세척 후 티타임

최고의 서비스


여운이 가시지 않는 며칠 전의 일을 기록하고 있노라니 주저리주저리 또 글이 길어졌다.

(브런치는 시작전이 어렵지 시작하면 욕심이 나서 정신없이 타자를 두드리게 되는 건 저만 그런 거저?)


우리가 암스트레담으로 비행 와서 묵는 호텔에는 벌써 1년째 비행을 하다 보니 익숙한 스텝 몇 분 들이 계시는데 평상시에는 비행 후 한국인 동료들과 수다의 희열을 느끼며 조식을 먹느라 스몰톡 정도의 인사만 나눌 뿐, 스텝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이른 아침 랜딩이기에 조식을 먹은 후 잠드는 것이 보통의 루틴)


여느 날처럼 아침운동을 마치고 개운한 상태로 조식을 먹으로 식당으로 갔는데 익숙한 미소의 아저씨가 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You are KLM cabin crew, welcome!’ 해주시는 게 아닌가, 나야 매일 뵙는 분이다 보니 자연스레 기억을 하지만 여러 명의 우리 중 나를 알아봐 주신다니 참으로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인사였다.

그리고선 커트러리가 한 세트만 놓인 자리에 핸드폰을 두고서 음식을 가지러 갔는데 그 아저씨께서 그사이 나의 자리에 다른 커트러리를 챙겨 와 내가 앉는 자리 방향으로 다시 세팅해 주시는 것을 보았다.

내가 앉는 반대편에 놓인 커트러리를 가져와 쓰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 아주 작고 수고스러운 일을 알아차리고 내가 없는 사이 가져다주시다니.. 아마도 그분은 그날뿐만 아니라 다년간 호텔에 근무하시면서 그런 아주 사소한 일들을 챙기며 일해 오셨을 거란 연륜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아주 작은 케어에서 감동도 잘 받고 무한의 감사를 느끼는 편이다.


‘커트러리세트를 챙겨주신 걸 봤어요. 정말 감사해요’ 잊지 않고 그분에게 다가가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니야, 혹시 너 얼음은 필요 없니? 너희 동료들은 종종 얼음을 부탁하거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랑하는 한국인들 답게 나를 제외한 한국인 동료들은 얼음 부탁을 하곤 하는데 그것 역시 놓치지 않고 나에게 물어오신다.

다행히 나는 무더운 한여름에도  아이스를 입에 대지 않는 편이라 웃으며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다.

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혼자 하는 식사시간이지만 오늘은 핸드폰을 들여다보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느끼고 싶었다.


그 아저씨께서 만들어주신 감사한 환대 덕분에 둘러본 주변은 행복이 가득한 것 같았다. 눈 돌리면 볼 수 있는 싱그러운 초록의 나무들과 눈부신 여름햇살이 어우러진 호텔뷰는 오늘따라 입맛을 더 돋워 주고 가족단위로 보이는 관광객들은 모두가 웃음 가득한 듯하다.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즐거운 아침의 시작이었는데 나의 하루를 만들어 주신 그 아저씨가 갑자기 조식에서 볼 수 없는 찻잔에 (보통 머그컵을 사용) 갓 뽑아낸 아메리카노를 싱긋 웃으시며 ‘한번 마셔봐’ 하시고는 내려놓고 가시는 거였다.


혼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을 눈치채셨던 건지 아니면 그냥 별 설명 없이 머라도 챙겨주고 가고 싶으셨던 건지 특별한 설명과 이유는 말씀하지 않으시고 두고 간 커피잔을 한참 바라보았다. AI로봇처럼 매뉴얼대로 웃음마저 계산된 듯한 불편한 서비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 웃는 얼굴에 침못뱉는다라는 말이 있듯 싫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의 서비스는 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수년간 서비스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지만 아직도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또 진정한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맞이했을 때는 여전히 딜레마였던 것 같다.


그러나 아주 오랜만에 내가 느낀 최고의 서비스의 정의는 바로 특별하지 않지만 소소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만한 한마디의 말과 관심, 또 그것이 누군가의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것, 그러한 것들이 최고의 서비스가 아닐까?


최고의 서비스에 관한 정의는 나의 상태와 경험으로 또다시 바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나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해주는 그 그분의 케어는 요즘의 나에게 있어 직접 경험한 최고의 서비스였다.

다음 비행에서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성함도 여쭈고 감사의 소소한 작은 선물도 드리고 싶다.(성함을 여쭈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하다니 역시 난 허당이다)


"You make my day"

호텔 스텝분이 내려주신 신선한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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