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키온니 Nov 07. 2023

내 꿈은 이효리(언니) 2

배우자가 있는 그곳이 어디든 Home sweet home

한 달에 보통 2번, 많으면 3번의 비행을 가기도 하지만 내생에 이렇게 일하는 길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은 앞으로도 그 후로도 오로지 이 회사이기에 가능할 거라 생각된다. 매번 무엇을 할까의 계획 덕분에 설레는 출근길,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꽉 꽉 채워나갈 레이오버라 더할 나위 없이 발걸음이 가벼웠다.


"카톡", "카톡" 암스트레담에 랜딩함과 동시에 남편이 보내온 메시지들의 알람이 분주하다. 아니나 다를까 1박 2일의 파리일정을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 덕에 48시간 이상의 동선을 누비며 파리의 웬만한 명소는 다 찍었다는 소식, 무엇보다 남편의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 하루 3만보를 넘게 걸어 다녔다한들 그의 무릎과 피로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행이란 도파민의 과다분출이 그의 걸음걸이를 가볍게 했을 것이고 잠을 달아나게 만들었을 것이며 지난날의 업무 스트레스들을 몽땅 날려 줬을 거라 생각하니 기뻤다.

파리에서 상봉한 친구M과 남편(좌) / 파리에서의 행복한 조식을 즐기는 남편(우)

오전 5시 반경 암스트레담으로 도착한 나는 약간의 잠을 청한뒤 오후 1시쯤 남편이 도착하는 스키폴 공항으로 배웅을 갔다. 그간 주말부부로 1년을 근래에는 나의 비행스케줄로 일주일정도식 떨어져 지내는 우리, 그래서 늘 만날 때마다 반갑고도 새로운데 오늘은 내가 애정하는 암스트레담에서의 조우라니..

welcome to Amsterdam

여행의 피로에 절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남편의 얼굴은 조금 야윈 듯 보였으나 낯빛만큼은 밝았다. 나만큼이나 내가 반가웠을 그는 나를 만난 뒤 "아내가 있는 그곳이 어디든 Home인 거 같아"라는 말을 했다.

예전 타향살이가 지겨워 이제는 한국에서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그때는 없었던 미래의 배우자가 만약 타국살이를 제안한다면?이라는 상상을 했을 때 정말 사랑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어렵겠지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문제는 정말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나에게도 가능할지가 의문이었는데 아마도 남편이 나를 Home라 일컬어 준 것은 내가 과거에 생각했던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네덜란드 풍차마을 잔세스칸스
네덜란드라면 하이네켄이쥬

길지 않은 2박 3일의 일정을 첫날은 암스트레담 이곳저곳을 둘째 날은 풍차의 마을로 유명한 잔세스칸스와 레고 마을과 같다는 잔담이라는 도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미 내가 해보았거나 가본 곳들 위주로 다녔지만 그 어느 때의 레이오버 일정보다 편안하고 즐겁고 무엇보다 행복했다.


직원만큼 직원의 가족을 최고로 대접해 주는 회사

KLM네덜란드항공은 직원으로서의 고유한 절대적인 좋은 문화가 있는 곳이다. 항공사는 일종의 무형의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라 하지만 우리나라사람들이 생각하는 '고객이 왕'이라는 개념의 서비스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그것은 직원이 행복해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개념인 듯한데 그렇기에 함께 일하는 크루들을 서로 잘 챙기려 한다(좋은 팀워크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그렇다 장담할 수 없지만 대부분 그러한 환경인데 남편을 승객으로 데리고 돌아가는 항공기에 그저 걱정 없이 일반자리만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비행 준비를 했다. 먼저 공항에 도착한 남편에게서 다행히 별무리 없이 티켓을 받아 게이트에서 보딩을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받아 안도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즈니스석에 하나의 공석이 남아 혹시 남편을 줘도 되겠냐는 사무장님의 배려가 있었다. 예상치 못했는데 역시 남편은 행운아였던 것인가, 12시간 가까운 비행시간을 아주 편안하게 누워 숙면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열일?을 하였지만 아주 뿌듯하고 좋았다. 마음속으로 내 평생 비즈니스석을 돈으로 사 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기회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어 다시금 정말 감사했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애사심이 폭발하였다.

남편찬스로 찍힌 근무 중의 나(좌) / 편안하게 통잠 자는 모습, 옆에는 기념으로 주는 델프트하우스도 있다(우)

비행 도중 한 번 잠들기 시작하면 깊게 잠드는 남편을 부리나케 깨웠다. 가족이나 지인을 승객으로 데려오면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 "조종석 방문하기" 때문이다. 나의 전 직장이었던 항공사인 경우 어떠한 상황에서든 철저한 보안상의 이유로 함께 일하는 크루들 외에는 절 대 로 조종석을 구경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항공사의 정말 정말 좋은 점은 일반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운항 중인 조종실을 직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다소 쉽게 초대받아 들어갈 수 있다. 마침 저 멀리 동터오는 아름다운 아침을 꼭 보여주고 싶기도했다. 잠결이라 몽롱한 상태의 남편은 제대로 그 뷰를 즐겼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로써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꼭 하고 싶은 리스트를 완벽하게 해낸 것 같다.

조종석 방문 후 기장님께 비행경로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직접 겪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놀라운 KLM동료중심문화는 그의 가족들에게까지도 세심한 환대를 아끼지 않는다는 걸 몸소 느꼈기에 다시 한번 감동적이고 감사했던 15번째 비행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