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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글 Oct 13. 2022

근태는 당신의 얼굴이다

목숨 걸고 지각하지 마라

10년 이상 사회생활하면서 몸에 밴 습관은 절대 지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연구기관 근무 초반에는 출퇴근 시 지문을 찍어서 출퇴근 기록을 남기는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몇 년 지나자 근태관리를 하자는 측면에서 출근과 퇴근 시 지문을 찍어서 출퇴근 기록을 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 전에도 나는 지각을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문을 찍어서 근태를 관리하면서부터 나는 더더욱 지각만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연구원들의 휴가 기안을 결재하는 중간관리자급이 된 지금, 지각을 자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편견을 갖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지각을 하면서도 그 사유는 대단히 다채롭고 깊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지각을 한 사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구절절 설명했다. 본인은 휴대폰 알람을 통해 아침에 기상을 하는데, 밤에 잠들기 전에 휴대폰을 충전하는 것을 잊어서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어 꺼져있었고 그리하여 휴대폰 알람이 울리지 않아서 늦게 일어나 지각을 하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들으면서도 내가 이러한 해명을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핸드폰 충전을 안 한 게 지각의 사유라는 것 자체가 우스웠고, 그럴 정도로 핸드폰 배터리가 노후화되었으면 백업 용도로 아날로그 자명종 시계라도 구비해 놔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고, 알람 없이 못 일어날 정도로 잠이 많은 것 자체도 문제가 아닌가 싶었을 정도로 변명이 구차했다.


또 하나 아주 흔한 지각 사유는 "지하철 열차 지연"이다. 이 사람들은 서울교통공사 등의 홈페이지에서 발급해주는 열차 지연 증명서를 들이대면서 지각의 "근거"자료로 활용한다. 한데 출근길 지하철은 언제나 지연되지 않나? 지하철 지연까지 고려해서 아침에 더 일찍 나오면 지각할 이유도 없어지고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 없지 않나?


일단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 않으면 지각부터 하지 마라. 직장생활을 잘하고 싶은가? 일단 지각부터 하지 마라.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가? 그럼 지각이나 하지 마라. 인사고과를 잘 받고 싶은가? 근태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무엇보다도 지각은 금물이다. 목숨 걸고 지각은 하지 마라. 당신의 얼굴과 이름을 게으름으로 얼룩지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지각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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