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여러분 CES를 아시나요? 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입니다. 명색이 세계 가전 전시회인데, 최근에는 모터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자동차 업체들의 참여가 많다고 합니다. CES 2023에서 BMW 회장은 기조연설자로 나서고, 초대형 부스를 차렸습니다. 완성차 업체의 참여뿐만 아니라 기존 ICT 업체의 모빌리티 도전도 괄목할 만합니다. LG전자는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 초기 모델을 만들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을 모색 중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자율 비행 기체 개발에 나섰습니다. 이와 같이 산업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기존 사업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기업들의 모습을 일컬어 '빅 블러'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당최 빅 블러는 무엇인 걸까요?
빅 블러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조용호 씨가 집필한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입니다. '빅 블러는 경계 융화가 일어나는 현상이며, 하나의 시대적 흐름으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주요 경계가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정의합니다. 얼핏 보면 기술 간 '융합'이 떠오릅니다. 저자는 빅 블러는 융합보다는 융화가 더 적절하다고 말합니다. 융합은 서로 다른 기술 또는 분야가 통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융화는 서로 명확히 다르게 인식되던 것들 사이에 차이점이 줄거나 사라지면서 이전만큼 서로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어지는 현상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한다면 융합이고, 마초 스타일로 대표되던 남성의 이미지가 미용에 관심이 높아지는 남성이 많아지는 현상은 융화의 사례입니다.
빅 블러 현상은 금융권에서 많이 회자됩니다.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사례가 '스타벅스 앱'입니다. 스타벅스에서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소비자의 모습은 보기 드뭅니다. 선물로 받은 스타벅스 카드를 쓰거나 앱을 충전하여 사용합니다. 이렇게 충전된 금액이 웬만한 중소형 은행의 총 자산보다 많다고 하니, 국내 대표 금융사에서 스타벅스를 새로운 경쟁자로 여길만 합니다. 핀테크의 발전은 금융권의 빅 블러를 촉진시켰습니다. 금융사는 빅 블러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기존에 각자의 산업 분야에서 잘 나가던 자동차 회사, 전자회사, 은행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스스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개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년 전 방송인 유재석 씨가 부캐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우리도 부캐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시는 당신은 작가라는 부캐를 만들고자 노력하시는 것이니,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과거처럼 평생 직장, 한우물 파기를 고수해서는 안 됩니다. 경직성을 버리고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빅 블러 시대에는 業의 경계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경쟁력 없는 문어발식 확장은 권하지 않습니다. 본인 고유의 전문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컬래버레이션을 이뤄야 합니다. 문득 사회 초년생일 때 들었던 'T자형 인재'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넓게 많은 분야를 안다는 의미의 'ㅡ'와 깊이 있는 한 가지 분야의 지식의 'ㅣ'를 합쳐 'T'가 만들어지는 융화형 인재 말입니다.
[참고문헌]
조용호,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미래의창, 2013.
한경, "LG·MS도 모빌리티 도전…'부캐' 늘리기 나선 기업들", 2023.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