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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창고 Oct 20. 2023

04. 퇴사 후 정신 건강 점검이 필요해요.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첫 심리상담




오늘은 건강을 위한 두 번째 걸음이다. 바로 심리 치료를 받는 날이다.




심리 치료를 고민했던 것은 지난 4월. 스트레스는 극에 달에 있었고, 나에게 회사는 버겁기만 했다. 이대로 괜찮을까? 회사 건물만 봐도 미칠 것 같고, 이대로 쓰러져 출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여러 번이다.


기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이었고, 의욕이 넘쳤다가 떨어졌다 즐거운 일이 없는 것처럼 모든 게 힘들게 느껴졌다.



무릎 치료를 받게 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침대에 누워 울기 바빴다.


병원에 다니며 무릎 상황도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이었다. 무릎 상황이 좋을 때는 멘탈이 약간 회복되었고, 그때 결심했던 것 같다. 치료를 한 번 받아보기로.




마침, 서울시에서 청년 정책으로 심리 치료를 하기에 오랜 고민 끝에 신청했다. 어차피 어딜 가든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퇴사 2주 전, 처음 심리치료를 받았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나의 심리치료 목적은 명확했다. 나의 성향을 파악해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슬기롭게 대처해나가고 싶다는 마음.

첫 상담은 나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대체로 회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 현재 상황, 회사에 대한 상황, 그리고 나에게 부족한 점. 여러 스트레스와 업무 과부하, 번아웃에 대해 토로했다. 첫날, 50분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본격적인 상담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상담을 신청하며 사전에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의 기질을 파악하는 날이다. 상담을 하며 파악된 전반적인 나의 기질은 아래와 같다.


1. 위험회피: 무슨 일을 시작할 때 무작정 시작하기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함(매우 높음, 100점 만점의 99점)
2. 관습적 안정성: 새로운 변화보다는 기존 방식대로 진행될 때 마음의 안정감을 느낌(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름)
3. 위기불안: 결과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
4. 쉽게 지침: 좋은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집중과 휴식의 적절한 조율이 필요. 이를 위한 자기 이해가 부족(집중과 휴식에 필요한 시간, 휴식을 위해 환기하는 나만의 방법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음)
5. 의존도: 결정을 내리기 앞서 자신이 생각한 결론이나 의견이 있음에도 타인의 다양한 의견이 필요




기질 검사의 결과는 생각보다 정확했다. 심지어 [위험회피, 관습적 안정성, 위기불안, 의존도]는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알지 못했을 뿐, 평소에도 인식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쉽게 지침]과 [자기 이해에 대한 부족]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늘 평소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처리해야 한다 생각했다. 여러 계획을 세워놓고 해내지 못하면 내가 남들보다 부족한가? 의지가 없나? 하는 생각과 함께였다.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왜 금세 힘들어하는지 이유를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전반적으로 삶의 방향과 목표를 잃은 것 같다는 내용도 있었다. 맞다. 나는 솔직히 아직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여러 스트레스와 건강을 잃으며 심적으로 지쳤고, 길을 잃은 기분만 든다.


8년 동안 벌써 4개의 회사를 거쳤다. 일에 대한 확신도, 나에 대한 확신도 줄었고, 자신감도 많이 잃었다.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더디다. 나는 한 번도 나를 알아가는 일에 시간을 써본 적이 없다.


앞으로 남은 8번의 상담이 내게 변화를 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작은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 건강에 대한 문제를 간과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기에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용기가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틀림없다. 이제껏 해보지 않은 자기 이해에 대한 시간.


Key point. 우리가 건강에서 생각보다 쉽게 놓치고 가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심리적인 부분이다. 감기나 몸살처럼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도, 쉽게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남들도 이 정도의 고민이나 스트레스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는 부분도 있기에 더욱 그렇다.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큰 용기도 필요하다.


나 역시 오랜 고민 끝에 상담을 시작했다. 앞으로 상담을 통해 하루하루 날들 속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기록하려 한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겪는 심리적인 불편이나 어려움의 해결책이 꼭 심리치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유나 한 번 찾아볼까, 큰 기대 없이 가볍게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한 번에 무언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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