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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레 Jun 02. 2023

공범자

엄마는 공범자


​엄마는 쥐를 잡으려고 고양이를 풀면 쥐는 더 깊이 숨어서 잡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20대에 하고 싶지만 부모가 반대하는 수많은 일들을 엄마는 '안돼!'라고 말씀하신 적이 거의 없다. 어차피 한번 하고 싶다 생각하면 어떤 거짓말을 만들어서라도 하고야 말 텐데 그럴 바엔 차리리 솔직히 말하라고 그럼 허락하겠노라 늘 말씀하셨다.


​남자 친구와의 여행을 허락하셨고 어장관리 시절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셨다. 늦게 집에 들어가는 날 아빠에게 귀가 시간을 거짓으로 보고 하셨고 아빠가 잠드신 후 다시 살짝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셨으며 심지어 스킨십 이후 흔적을 남기지 말 것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가끔씩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마가 나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음을 주지 시키셔서 거짓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 사실을 고백하게 만드셨다.


​공범자는 참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워서 해도 되나 안 되나 죄의식 느낄 겨를 없이 자유로운 20대를 즐길 수 있었다.​비록 몸은 아팠지만 참 건강한 정신을 갖고 계셨던 게 분명하다.


​며칠 전 중학생의 사소한 거짓말을 알게 되고 아이를 호되게 혼낼 뻔 한 일이 있었는데 순간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였어도 그러셨을까?

큰소리와 협박을 사용하셨을까?​


아이가 성인이 되면 콘돔 한 박스와 MT비용을 찔러주며 건강한 연애를 하라고 조언할 수 있을지, 내가 그런 쿨한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나도 신뢰받는 공범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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