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봄비가 내렸다.
외곽순환도로가 꽉 막혀 있었지만 라디오에서 들리는 봄 비 노래에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게다가 출근길이 아닌 퇴근길, 이대로라면 막혀도 두어 시간 운전이 가능하겠다. 왠지 기분 좋은 비 오는 비요일
저 멀리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이젠 잊을 만큼 시간이 지났는데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사이렌 소리는 쉽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어떻게 비켜야 하지? 구급차가 오는 차선을 확인하고 최대한 차를 옆으로 붙였다. ‘빨리 비켜주세요 옆으로 조금씩만 제발요. 조금씩만 움직이면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어요’ 차 안에 다급한 외침이 가득 찼다.
어서 빨리 병원으로, 응급실로
부디 그 병원 응급실엔 비어있는 침대가 있길
오래 대기하지 않아도 의사가 오길
빨리 차례가 되어 검사를 받을 수 있길
부디 살아서 가족들을 만나길
그리고 발 동동 구르며 구급차에 함께 타고 계실 보호자분
힘내세요
구급차가 사라지고 봄 비 노래도 사라지고 내 비요일도 사라졌다. 남은 건 구급차에 타고 있는 엄마랑 20대의 나
붐비는 응급실, 매정한 간호사, 너무 바쁜 의사, 힘들어하는 엄마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어린 나
봄비가 슬프게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