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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Sep 04. 2024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감사를.

  지난 7월 27일 토요일에 2024 한강나이트워크 42K에 도전했다. 1시간을 매일 걸어서 퇴근하기도 하고 지난 22k는 4시간 안에 가뿐히 들어왔기에 할 수 있을 거라는 배짱도 있었다. 밤부터 아침까지 무박 2일간 11시간 안에 들어와야 완보를 인정해 주는 이 대회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출발하여 잠실대교에서 다시 돌아오는 순환코스로 짜여있다. 어반스포츠의 주체한 이 대회는 걷기 일주일 전 정도에 티셔츠, 양말, 가방, LED암밴드 등을 보내준다. 시간 대별로 신청할 수 있으며 중간중간 안전요원을 배치하여 길을 안내하거나 중간에 물과 가벼운 간식을 주기도 한다. 얼리버드로 참가비용을 내었음에도 결코 금액이 낮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돈을 주면서 그렇게 오래 걷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사서 고생이라는 사람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도 그렇게 오래 걷기로 결정한 것에는 어떤 특별히 목적이 없었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자는 마음도, 이번 도전을 이겨내면 앞으로 어떤 것에도 도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그냥 걸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보다 훨씬 잘 걷는 친한 언니 한 명을 꼬셔서 참가했다. 그때는 몰랐다. 함께하기에 완보를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저녁 8시부터 걷기 위해 7시 30분에 여의나루역에서 언니를 만났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 수에 질세라 무거운 습기가 사방에 내려앉아있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습도로 시작도 전에 이미 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 이벤트를 후원하는 여러 업체의 부스를 기웃거렸지만 SNS를 하지 않는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결국 일찍 출발했다.  

처음 3시간 정도는 밤에 보는 여러 한강 다리의 각기 다른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했다. 눈에 아름다운 밤풍경이 보이고 마음 한껏 한강의 내음을 맡았다. 몸의 감각이 다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간식을 먹고, 언니와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는 행위 그 자체를 즐겼다. 주최 측에서 나누어준 파란 LED밴드를 걸고 모여서 걷는 것이 마치 반딧불이 같았다. 성별과 나이, 관계도 다양해 보이는 사람은 분명 모르는 사람이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한다는 것만으로도 함께 걷는 느낌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키 큰 나무가 즐비하고 서울의 화려한 불빛이 한강으로 쏟아져내렸다. 그렇게 자연 속의 나를 흠뻑 느끼고, 함께 있음에 감사하면서 25km를 넘어섰다. 

  딱 거기까지였다, 내 몸과 내 다리의 힘이. 약간 다리가 무거워지는 딱 거기까지가 좋았다. 허나 끝까지 걷자는 말 대신 42km는 무리겠냐고 그냥 그만 걸어도 된다는 배려와 친절이 가득한 언니 말에 오기가 생겼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는데 끝까지 걸어야지 않겠냐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반환점을 넘어서부터는 한 시간에 한 번이 아니라 30분에 한 번씩 쉬자고 했다. 다리가 무뎌졌다. 어깨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는 가방에 눌려서 땅에 닿을 듯하고 내가 걷는 것인지 그냥 다리가 움직이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좀비처럼 말없이 무작정 끌려갔다. 그만 걷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끓어올랐다. 앞 뒤로 다리를 저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게 많아졌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방향으로 향해 걸으면서 생긴 그들에게 동지애가 솟았다. 물집 잡힌 발에 밴드를 붙여가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이상하게 완보할 수 있다는 용기도 주었다. 곁에 있던 언니는 다리 하나씩을 목표 삼자고 했다. 작은 목표를 격파하면서 결국은 본래의 목적에 다다를 수 있지 않겠냐면서 끊임없이 의지를 불어넣었다.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오기로 버티고 함께한다는 용기로 마무리했다. 


  끝끝내 걸어냈다. 혼자였다면 결코 끝까지 걷지 못했을 것이다. 가까이에는 친한 언니가, 조금 거리를 두고는 함께 걷는 파란 반딧불이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걸을 수 있었다. 인생은 혼자 살아갈 수 없음을 또다시 느낀다. 우리는 혼자라고 생각할 때도 사실 누군가 곁에 있다. 그 거리를 각각 다를 수 있지만 지구라는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다. 가끔은 느끼지도 기억하지도 못하지만 태어나서 철저하게 고립된 적은 한 번도 없음을 떠올린다. 혼자서 씩씩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응원이 있었고,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걷는 사람들은 늘 있었다. 혼자라면 벌써 몇 번이고 주저앉았을 삶이라는 여행, 누군가 곁에 있음이 새삼 감사하다. 어쩜 우리는 그렇게 지구라는 공간에서 각자의 인생을 마무리하고자 고군분투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 함께라서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하루지만 오늘도 살아낸 당신 곁에도 누군가 있음을! 그렇게 살아낸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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