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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Dec 11. 2024

권리보다 의무 먼저

내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진로체험의 일환으로 학교에 뮤지컬팀이 왔다. 내용은 좀 진부했지만 노래도 잘하고 재미있는 표현, 구성에 웃음이 절로 났다. 아이들은 나를 의식했던 건지 아님 나름 괜찮은 공연이었는지 집중해서 조용하게 보았다. 그런데 호응을 유도할 때나 노래가 끝나고 박수를 쳐야 할 것 같은 시점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흥이 많지 않지만 뮤지컬이나 연극 보는 것을 즐기는 나는 어떤 무대를  보아도 굉장히 크게 반응하는 것을 예의로 혹은 관객의 의무로 생각한다. 물론, 완전 쏙 빠져서 즐기는 편이라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수업이 그러하듯 연극을 비롯한 공연은 함께 호흡해야 비로소 완성되고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에 조용하다 못해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거슬렸다. 박수 치라는 나의 눈치줌을 못 본 척하면서 내려와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배우들에게 겨우 손만 내미는 모습에 부글부글 끓었다. 수업 시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 욕심이다 싶어 마음을 누르고 교실에 왔으나 만족도조사에 낮은 평가를 하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관객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평가자의 권리는 하냐고 버럭 했다. 그러면서 권리를 누리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한참 잔소리했다. 결국 이런 사람은 떳떳하지 않아서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뻔뻔해진다면서.  


  얼마 전, 알바에 관심이 많아 여러 사건을 찾아보던 딸의 이야기를 전했다. 청소년이 법을 몰라 악덕고용주에게 당할 수 있지만 반대로 법을 악용하여 고용주를 물 먹이기도 쉬운 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고용주 입장에서는 성실하고 좋은 알바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 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도 많아져서 답답한 사람이 많아진다, 학교에서조차.


  권리와 의무, 무엇인 먼저이냐 혹은 중요하냐를 따질 필요 없이 둘 다 중요하지만 의무를 다하면서 권리를 누리고자 하여야 세상이 잘 돌아간다고 믿기에 자꾸 아이들에게 잔소리한다. 가족의 일원으로, 학생으로, 더 나아가 국민의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자꾸 말한다. 권리를 누리기 전에 제발 의무를 다하자고. 어쩌면 아이들보다 국회의원에게 그리고 더 높은 곳에 계신 분에게 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른다.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주어진 그 많은 혜택을 누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그들, 권력을 남용하는 모습에 화가 나면서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커졌는지도 모른다.


  시국에 대한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도 의무를 다하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서도 중요하다. 의무를 다한다는 것은 매일 해야 할 일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체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내가 해야 할 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임함으로 생기는 성실함은 곧 실력이 되고, 그 실력으로 인해 자존감이 높아진다. 실력을 쌓아가고, 삶을 잘살기 위해서는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사람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영복선생의 말처럼 권리만 주장하는 이들은 조금 더 편하게 살지언정 좋은 삶을 꾸리거나 세상을 바꿀 힘을 갖지 못한다. 의무를 다함으로 삶을 관리하는 힘을 갖는다. 더불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에게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권리! 중요하다. 그러나 그전에 자신을 위해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많아져 따로 요구하지 않아도 서로의 권리를 존중해 주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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