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의 삶은 영화처럼 아름답지 않다. 영상 속에서의 인간의 삶은 비루하고 어두운 구석조차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아름답기엔 너무나 지리멸렬하고 대체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으로 무감각하며 무감각하지 않은 때에는 내부에서 일렁이는 마음들을 다스리는 일과로 채워져 있다.
세계는 고요하거나 왁자지껄한데 내 마음은 그와 상관없이 돌아가니 나는 멀미가 나지 않기 위해 언제나 세계와의 균형을 잡는 것에 집중하느라 작은 것을 살필 여력이 없다.
우리 삶의 부분들을 편집해서 영상으로 만든다면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은 한 두 컷만 빼고 잘려 나가고 어떤 일이 있는 순간들을 긁어모아서 그럴싸하게 완성을 시킬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 아무것도 아니어서 잘려 나간 순간 속에 가장 중요한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이미 중요한 것들을 영영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것조차 모른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예감이 들면 나는 막연한 공포감에 아연해진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을 읽으며 작가들은 그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사실은 중요한 순간들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고이 모아두었다 필요할 때 차곡차곡 꺼내서 작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느낀 아주 작은 열등감, 질투, 허무함, 아주 찰나의 만족, 기쁨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거슬리는 옆 테이블의 큰 대화 소리, 여름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올해 처음 보는 모기) 그 흘러가면 사라져 버릴 작은 감정들을 마음에 아로새겨 놓았다가 적절할 때 풀어놓을 줄 아는 재능을 가진 사람. 내가 곧 버릴 요량으로 봉투 가득 채운 후에 꽉꽉 묶어둔 쓰레기봉투를 다시 풀어헤쳐서 그 안에 든 얼키설키 얽힌 감정들을 다시 쫙쫙 편 후에 내 앞에 들이미는 사람.
글을 읽으며 때론 침울해지고, 때론 먹먹해진다. 산다는 것이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언제쯤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