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바로 닦지 마세요 - 1시간 후, 그리고 딱 2분만
밥 먹고 바로 닦지 마세요
지난 편에서 예고했던 ‘시간의 과학’.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오래 닦는다고 더 깨끗할까?
많은 사람이 이렇게 묻는다.
“3분은 기본 아닌가요?”
“1분은 너무 짧지 않아요?”
333 법칙에서는 ‘3분 이상’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엔 과학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았다.
사람 심리상 “3분 닦으라”고 해야
겨우 1분이라도 닦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평균은 얼마일까?
미국치과의사협회(ADA)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양치질에 쓰는 시간은
평균 45초
한국도,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생각보다 짧지만,
직접 재보면 1분도 꽤 길다는 걸 느낄 거다.
또하나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2분 이상 닦은 사람과 3분 닦은 사람의
‘치태 제거 효과(치태조절)’는 거의 차이가 없다.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말한다.
2분이면 충분하다.
미국치과의사협회(ADA)와
유럽치주과연맹(EFP)에서도 권장한다.
하루 두 번, 각각 2분. 즉, 2-2 룰이다.
이 그래프에서 아주 놀라운 사실이 있다.
치약 없이 1분간 닦아도 제거 효과는 비슷하다는 점이다.(주황색 점).
즉, 평균처럼 45초만 닦을 거라면, 차라리 치약 없이 닦는 편이 낫다.
거품보다 중요한 건 ‘닦는 리듬’이다.
양치질은 길이가 아니라 리듬의 문제다.
힘을 주어 오래 닦는다고 깨끗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치아가 마모되고, 잇몸이 다칠 수 있다.전문가들은 말한다.
‘얼마나 오래’보다 ‘얼마나 제대로’가 중요하다고.
나 역시 직접 실험을 해봤다.
하루 한 번, 자기 전 양치 시간을 100일간 기록했다.
평균은 약 4분 정도였다.
2분이면 되는데 왜 그렇게 길었을까?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려다 보니,
칫솔질 2분에 치간칫솔과 마무리 정리까지 포함된 시간이었다.
결국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리듬이다.
짧게 여러 번보다, 한 번이라도 집중해서 제대로 닦는 것.
그 한 번이 내 치아를 지키는 루틴이 되었다.
식후 바로 닦는 게 정말 좋을까?
“커피나 콜라 마신 뒤 바로 양치질하면 더 깨끗하죠?”
“밥 먹고 3분 안에 하라던데, 그럼 1분이면 더 좋은가요?”
많은 사람이 여전히 이렇게 믿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반대가 정답이다.
식사 직후에는 입안이 산성으로 바뀐다.
이때 바로 칫솔질을 하면
산이 치아 표면을 녹여버린다.
영국 국민건강공단(NHS)과
독일 어틴Attin 교수 연구팀에서도 증명하였다(아래 그래프를 보자).
탄산음료를 마신 뒤 바로 양치하면
치아 표면이 심하게 부식됐다.
30분 후엔 좀 괜찮았고,
1시간 후에야 거의 회복되었다.
기다림이 치아를 지킨다.
1시간 기다리자
그 이유는 타액 때문이다.
타액은 입속 산성을 중화시켜(버퍼링)
치아를 다시 단단하게 만든다(재광화).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 약 1시간.
그래서 전문가들은 권한다.
“가능하다면 1시간, 어렵다면 최소 30분은 기다리자.”
<허교수의 꿀팁 노트> 입씻기는 ‘입안의 손씻기’
1분도 기다리기 어렵다면, 입씻기부터 시작하자.
식사 후에 물로 30초~1분 정도 입안을 적극적으로 헹궈주는 것만으로도 산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가볍게 머금는 게 아니라, 마치 폭포수가 혀와 잇몸, 치아 사이를 씻어내는 느낌으로 헹궈보자.
가능하면 알칼리성 물이나 수돗물(약알칼리성)을 추천한다.
냄새 때문에 구강 청결제로 가글을 하는 것도 괜찮다. 대신 알코올 함량이 높거나 pH가 낮은 산성 제품은 피할 것.
무설탕 껌을 씹어 타액을 자극하는 것도 좋다.
불가피하게 칫솔질을 하려면 가능한 치약을 쓰지 말고 간단히 물로만 한다(이유는 다음편을 참고하자).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우리가 매일 쓰는 ‘치약’의 진짜 얼굴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치약은 과연 꼭 써야 할까?
아니면, 안 써도 될까? 혹은 얼마큼 써야 할까?
결론을 맺자.
양치질은 타이밍이다.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닦느냐의 문제다.
1시간의 기다림, 2분의 과학
그 리듬이 바로
치아와 잇몸이 가장 편안해지는 ‘황금 타이밍’이다.
오늘 밤, 양치질을 할 때 시계를 한 번 보자.
그 루틴이 당신의 평생 치아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