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노해원
얼마 전 축구 대회에 다녀와서, 여전히 글을 쓰면서, 엉망진창인 나라꼴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근육을 키울 수 있을까?”
지난주 올해 첫 풋살 대회를 다녀왔다. 네 번의 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겼어도 예선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승리도 골도 챙기지 못하고 반나절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한 번의 무승부도 겨우 거두었던 작년보다 준비를 더 못했기 때문에 큰 기대도 실망도 없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작년과 같은 말을 중얼거리게 되었다. “역시, 근육을 키워야 해.” 축구를 하며 말로만 듣던 표현을 처음으로 직접 경험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튕겨 나간다.’였다. 작년 첫 풋살 대회를 나갔을 때 나는 정말이지 몸이 벽돌 같은 언니들의 몸에 부딪히며며 계속해서 튕겨 나갔다. 열심히 부딪혀도 튕겨나가기만 하는 나의 몸뚱이가 무척이나 초라했다. 고만고만한 체형과 근육량을 가진 우리 팀 사람들과 경기할 때와는 달리 타 지역 팀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힘에서 압도된다. 언젠가 대회에서 우리가 한 번이라도 승리, 혹은 골을 넣기 위해서는 나를 사방팔방 튕겨 보냈던 그 언니처럼 단단한 근육이 필요하다.
얼마 전 한 친구와 서로에게 공통된 친구가 있다는 사실과, 그 공통 친구가 가게를 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그 식당에 다녀왔다. 반가움과 신기함과 기쁨을 누리고 이런저런 지내는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연재의 고통에 대해 앓는 소리를 했더니 이렇게 위로해 주었다. “글쓰기에도 근육이 필요하니까요.” 언젠가 정희진 선생님이 강의에서 ‘글쓰기는 머리가 아니라 몸이 쓰는 것’이라고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역시 엉덩이 근육부터 키워야 하려나.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근육을 키울 수 있을지 생각한다. 한때 근육 좀 키워 본 적 있다던 제부에게 근육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물었더니 이런 말을 해주었다. “근육은 찢어지고 회복하고 채워지는 것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져요.” 그 말이 인상 깊어 집에 와 찾아보니 이런 설명이 덧붙는다.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 섬유가 미세하게 손상되고 특히 저항을 동반한 운동(예를 들어 중량을 드는 운동)은 근육에 자극을 주어 섬유의 미세한 파열을 유도한다. 이 과정은 일시적으로 근육에 피로를 주고, 통증(근육통)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손상이 근육 성장의 핵심이다.’ 나는 어느 친절한 블로거의 설명을 보며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도 근육을 키우기 위한 성장통을 겪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파열과 통증이 저항운동과 그로 인한 채워짐으로 건강한 근육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면. 그러면 조금은 더 버텨볼 만하지 않을까 하고.
공을 빼앗고 돌파해 나갈 수 있는 힘, 상대에게 튕겨나가지 않는 힘, 지켜낼 수 있는 힘, 버틸 수 있는 힘, 자기를 믿는 힘, 밀고 나가는 힘, 계속할 수 있는 힘, 아닌 건 아니라고 외칠 수 있는 힘, 구석진 곳들의 아픔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힘. 나에게 근육을 키우는 일은 그런 힘을 키우는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찢어지고 회복하고 채워가기를 반복하며 근육을 키워가야 한다. 더 크고 단단한 근육을 갖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