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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노 Oct 15. 2022

<일기장에서 베스트셀러까지> 2. 두 번째 장벽

일기에서 브런치 작가 신청까지

사실 글을 쓰기 위해서 작가가 무엇인지 굳이 몰라도 상관없다. 지금 내가 쓰듯이 일단 적기만 하면 된다. 잘 쓴 글이 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서론-본론-결론의 형태를 띠거나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거나, 참신한 소재나 독특한 표현을 써야 한다는 등의 조건들이 있겠지만, 그런 것들은 일단 쓰고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밥을 지으려면 우선 쌀이 필요한 것처럼 뭐라도 써야 밑재료가 된다. 


쉽게 바로 쓸 수 있는 글은 뭐가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일기였다. 이미 초등학생 때도 방학숙제로 일주일 치, 한 달치 일기도 몇 시간 만에 몰아 쓴 경험이 있는데, 성인이 된 지금 하루에 한 페이지 정도는 거뜬히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뿔싸. 아무리 찾아봐도 집에 연필과 종이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신선한 야채든, 1++ 한우든 조리할 도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듯(2++ 한우는 생으로 먹어도 맛있을 것 같긴 하다), 맨날 굴러다니던 연필도 꼭 쓰려고 하니까 숨어버렸다.


일기는 손맛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컴퓨터로 쓰기로 하였다. 컴퓨터를 켜고 바로 메모장을 켜 날짜부터 입력하였다. 제목은 <방구석 일기장>. 말이 일기장이지 사실 그냥 생각나는 아무거나 적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 순간 한 편의 글이 탄생하였다.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결과물을 보니 뿌듯해졌다. 맞춤법, 가독성, 참신함 등을 제쳐놓고서라도 나의 첫 작품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방구석 일기장> 2022.09.14일 자 일기

출처: 내 개인 컴퓨터 화면



한 3일 정도 그렇게 일기를 쓰니까, 정말 작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직은 나만이 유일한 독자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작가도 시작은 다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마음만은 이 일기만으로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나만의 착각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관객이 있어야 영화가 있고, 먹는 사람이 있어야 요리도 있듯이, 아무리 좋은 글도 독자가 없으면 타자 연습밖에 더 되겠는가. 나의 글을 읽어줄 독자를 찾으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하다 우연히 브런치 웹사이트에 접속하게 되었다. 두둥! 



브런치 웹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보게 된 것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출처: 브런치팀 https://brunch.co.kr/@brunch/308



이게 웬일인가. 작가로 데뷔하는 것도 모자라 출판까지 하게 해 준다고? 마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았다. 이미 내 목구멍은 김칫국을 항아리 채로 들이켜 시큼해질 지경이었다. 이제 나는 매일 글을 써 올리기만 하면 되는구나 생각하며 글을 올리려는데, 여기서 두 번째 장벽에 가로막혀 버렸다. 브런치에서는 아무나 작가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작가 신청을 거쳐 심사를 통과해야만 글을 발행할 수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작가 지망생도 여기서부터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 글을 써야 받아주려나 해서 다른 작가들이 쓴 글을 보니,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아 보였다. 전문적인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지만 하루 일상 이야기부터, 여행, 맛집, 그냥 자기 생각 등 내가 쓴 일기랑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글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나도 한 번에 받아주겠지 생각이 들었다. 


작가 신청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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