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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스므 Feb 08. 2023

[NZ 10] 여행 베테랑들의 멘탈 붕괴 사건(1)

뉴질랜드, 남섬 어드메

[전 세계 고양이와 집사들을 만나보겠다고 혼자 떠난 세계여행은, <고양이를 여행하다>라는 매거진으로 발행해 하루 1개의 일기와 그림일기로 정리했다. 그 요약본은 <고양이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브런치북으로 발행했고. 마지막 나라인 뉴질랜드는 더 이상 고양이를 만나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기에 <두 번째 뉴질랜드>라는 새로운 매거진으로 정리 중]




우리의 남은 뉴질랜드 여행 스케줄이 싸그리 망가졌다.


어젯밤 내내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겁나게 내렸으나 아침에 숙소를 나설 즈음 뉴질랜드의 하늘은, 우리에게 '메롱'을 외치는 거마냥 얄미울 정도로 맑디 맑았다. 마운틴 쿡을 걸어보려던 우리의 소망은 이렇게 황망하게 끝나버렸지만 이제 내일이면 북섬으로 올라가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될 예정이라 '뭐 어쩌겠어?'하며 서로의 기분을 다독였다.


그렇게 1시간여를 달렸나. 우리 두 사람의 전화로 동시에 뉴질랜드 정부에서 보낸 긴급 재난 문자가 도착했다. '어젯밤의 폭우로 ㅇㅇ 강이 범람하여 ㅇㅇ도로와 ㅇㅇ도로가 폐쇄됐다'는 내용인데, 우린 강이름도 도로이름도 모르는지라 어제 비가 정말 많이 오긴 했나 보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차가 서서히 막히기 시작하더니 앞쪽의 차들이 모조리 유턴을 했다. 길의 끝에 서서 차량 안내를 하는 경찰관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랑기타타 강'이 범람하면서 남쪽에서부터 크라이스트처치로 들어가는 유일한 고속도로와 유일한 국도가 폐쇄되었단다. 강수위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탓에 인근주민들에겐 이미 대피령이 내려졌고 현재 우회도로는 전무한 상황. 폐쇄가 언제 풀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우리를 멘붕에 빠뜨린 도로 폐쇄 사태


당시에 폐친들에게 설명해 준 우리 상황


라스베이거스에서 선샤인을 잃어버렸던 때와 비슷한 강도로 멘탈이 나가버렸다. 


https://brunch.co.kr/@fe3d246c61a94a6/109


이 사태가 단순히 오늘 밤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숙박비를 날리는 정도의 일이라면 여행 중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로 치부해 버리고 말았을 텐데 이 어이없는 재난이,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우리의 모든 일정을 망가뜨려 버렸다.


예정대로 라면 우리는,


1. 오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하룻밤 머물고 

2.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로 '오클랜드'로 향한 뒤

3. 바로 '케리케리'까지 올라가 숙박을 하고

4. 북섬의 끝 '케이프 레잉가'를 간다


하지만 우리가 내일 오클랜드행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연쇄적인 문제가 따라온다. 비행기값과 크라이스트처치 숙박비를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내일 아침 공항에서 반납하기로 되어 있는 지금의 렌터카와, 오클랜드 공항에서 픽업하기로 되어있는 새로운 렌터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예약 취소를 해야 하는 케리케리에서의 숙박과 케이프 레잉가 투어 문제와 어쩌면 새롭게 끊어야 하는 오클랜드행 비행편도 자리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우리처럼 내일 비행기를 타지 못한 사람들이 모조리 몰릴 테니 말이다.


사실 여행 베테랑이라 불리는 사람이 둘씩이나 있음에도 우리가 멘붕에 빠진 진짜 이유는, '우리가 내일 오클랜드행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란 판단을 과연 언제 내려야 하는가였다. 도로 폐쇄가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이곳에서 계속 대기하다 크라이스트처치로 올라가는 게 맞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퀸즈타운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지 말이다.


내일 아침 9시 40분 비행기를 타려면 늦어도 새벽 5시경에는 이곳을 출발해야 하는데 도로를 통제하던 경찰관 말에 따르면 내일 오전까지 도로가 풀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했었다. 게다가 아까 주유소에서 엿들은 말 중에, 도로가 내일 풀린다면 분명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터라 크라이스트처치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는 말이 있었다.


일단 밥이라도 먹으면서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기로 한 우리는 인근에 있는 작은 식당을 찾았다. 백만 개쯤 되는 경우의 수를 모조리 시뮬레이션해 보고 우리가 내린 결론은, '기다린다'였다. 그럼 어디서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


우리는 근처 에어비앤비 중 가장 싼 곳을 골라 일단 예약을 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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