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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 Oct 31. 2024

눈치 보며 웃다가

마음채집

두 아이가 뒤집어진 곤충처럼 서로 다리를 포개고 좁은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다. 큰아이가 '하하 하하하' 작은아이가 '히히히 히히' 둘이 같이 또 따로 소리를 내어 웃고 있다. 개그 유투버의 영상을 보고 있는 중이란다. 숙제는 다 했냐는 나의 말에 " 어 잠깐만" 하며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깔깔댄다.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데 뭐라 말할 수 없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와 동생의 어릴 적 모습과 닮았던 때가 스쳐갔다.     


남동생은 사춘기때 삐딱선을 타더니 엄마를 속터지게 해서 꾸지람을 듣는 일이 많았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동생은 엄마에게 혼이 나고 있었고 엄마가 세 마디 하면 나름 한 마디씩 하며 대들고 있었다.

그 둘의 싸우는 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으로 거실에 있는 TV 리모컨을 눌렀다. 본방사수나 재방송이 아니면 시청할 수 없던 그때 그 시절엔 프로그램 시간에 맞추어 TV 앞에 앉아있어야 했다. 개그콘서트가 막 시작했다. TV 소리를 들은 동생은 자연스럽게 식탁에서 거실로 엉덩이를 옮겨 앉아 TV 앞에 앉았다. 동생이 자릴 옮겼지만 그래도 엄마는 할 말은 하겠다는 듯 주방에서 속타는 혼잣말을 하면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상황상 눈치 있게 각자 방에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인걸 알지만. 차마 본방을 놓칠 수 없기에 양심이라도 챙길세라 볼륨을 작게 하고 TV 앞에 바짝 붙어 우린 개그콘서트를 봤다.   

   

그때 나와 동생도 두 아이처럼 깔깔대며 웃었다. 우리가 넘어가듯 웃자 엄마는 동생에게

“저거 저거 금방 혼나놓고 속도 없이 웃고 있다. 저 쌍느므새끼. 저걸 아들이라고 낳아서.” 신세한탄에 열불난 엄마는 동생에게 냄비라도 날릴 기세였다.

하지만 우린 잠시 눈치를 보다, 웃겨서 웃다가 다시 눈치 보다 웃다가의 감정 기복선을 타고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봐야 했다. 눈치 보면서 웃기란 얼마나 힘든가. 엄마에게 혼날 땐 눈앞에서 사라져 주는 것이 현명한 처세술이지만, 본방 개그콘서트를 놓치는 것 또한 포기할 수 없다.


엄마는 웃는 우릴 보고 결국 어이없다며 그게 그렇게 재미있냐 라며, 듣지도 먹히지도 않는 동생에 대한 넋두리는 그만두고 어느새 밥 짓는 소리와 우리가 웃는 소리에 묻혀 조용했다. 주방의 밥 하는 소리로 안 들려 자꾸 볼륨을 키우게 되었다. 우리가 속도 없이 깔깔댈 때마다 아직 본인이 화가 안 풀렸다는 걸 “소리 줄여 ”로 대신했고 엄마가 아직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가 광고처럼 중간중간 들려왔다.

개그콘서트 프로가 끝나갈 때쯤 엄마의 화는 누그러져 있었고 동생은 한참을 웃고나더니 뭘 잘못했는지 이미 잊은듯한 표정이었다. 동생은 엄마말대로 망각이 빨리 적용됐는데, 개그콘서트가 끝나자마자 엄마에게 "엄마 밥 언제 줘!" 이런다.

난 눈치 없는 동생이 가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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