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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 Nov 22. 2024

갈치앞에서 나대지 말것

갈치구이

친구가 높은 건물의 회사로 출근할때 사원증을 목에 걸고 들어갔다. 점심에 밥 먹었냐고 물어보면 구내식당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어느 날은 식당밥이 질려서 밖에서 먹는다고 했다. 나는 배부른 소리 한다며 부럽다고 했다. 구내식당이 있다는 건 점심때 뭐 먹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집밥 같은 식단에 철음식으로 영양소가 골고루 분배되어 있고 퇴근할 때 저녁도 해결하고 갈수 있으니 자취생에게는 건강한 끼니를 챙겨 먹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목에 거는 사원증 직업이 부러웠다.   

   

나의 직업은 걸리적거리는 사원증 같은 증표는 불필요했다. 책상보다는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 끼니를 놓치거나 거르는 일도 자주 일어나 불규칙적인 식사가 반복되었다. 밥을 시켜 먹거나 밖으로 나가서 식당을 찾아다니며 메뉴를 정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세상 귀찮은 일 중 하나였다. 먹는 거에 그다지 관심과 의미를 두지 않는 나에게는 그냥 차려주는 데로 먹는 백반이 가장 편했다.

그러다 여의도로 직장을 옮기며 나도 높은 건물의 사무실로 출근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구내식당 밥을 가장 좋아했지만 다른 직원들은 친구처럼 밖에서 밥을 먹기도 했다. 나는 규칙적인 하루 두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구내식당을 성실하게 이용하고 식판에 주는 밥을 감사히 잘 먹었다.      


어느 날 구내식당의 메뉴에 갈치가 나왔다. 직원들과 밥을 먹는데 앞사람이 나의 식판을 집중해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지아 씨 갈치 좋아하나 보다. 벌써 다 먹었네”.


내가 갈치를 깔끔하게 젓가락으로 발라 밥과 함께 반찬 집어먹듯이 먹는 모습을 보고 동료가 하는 말이었다. 같이 앉아있는 사람들의 갈치를 봤더니 갈치살이 모두 으깨져 있었다. 가운데만 젓가락질로 구멍이 나있거나, 옆에 앉은 동료는 손도 못 대고 그대로 있었다.     


“아, 제가 바닷가에서 자라서요. 많이 먹다 보니깐 웬만한 생선은 다....”

“어머 대단하다.”     


살다 살다 생선 잘 발라먹는다고 감탄사를 받아보기는 처음으로, 왠지 시골 바닷가 출신이라는 걸 갈치 한토막으로 몸소 들어내고 있는 듯해서 살짝 창피했다. 스테이크 정도는 자연스럽게 썰어먹어야 폼나던 20대 중반이었는데, 젓가락으로 갈치를 능숙하게 발라먹다니.


옆 동료는 나에게 갈치를 넘겨주며 못 발라 먹는다고 나 먹으라고 했다.

나는 너무 기막히고 안타까워하며 이 영양가 있고 맛있는 갈치를 왜 안 먹냐며, 내가 발라주겠다며 신속하게 살이 부서지지 않게 네모모양으로 포를 떠서 밥 위에 올려주었다.

“와, 맛있다.” 다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하는 거냐고 보여달라고 하길래, 나의 갈치 바르는 설명이 시작되었다.  

“생선의 구조는 머리에 아가미 몸통의 지느러미와 꼬리가 있고, 그걸 연결하는 가운데 뼈대인 가시가 있어. 갈치는 길게 생긴 생선이니깐 내장을 제거하고 몸통 부분으로 몇 등분되어서 네모난 모양으로 되어 있는 거지. 우선 젓가락으로 옆 지느러미 부분의 가시를 밖으로 긁어내면 한 번에 쉽게 나와. 그리고 반대쪽도, 하지만 양쪽 모두 가시가 박힌 형태가 달라. 위쪽은 굵은 가시가 있지만. 아래쪽은 잔 가시에 살도 붙어있어서 얇게 잡고 발라내야 해. 그래서 이 부분은 어린이들에게 주면 목에 걸릴 수 있어. 어른들은 잔멸치 먹듯 씹어 먹을 수 있으니깐 각자의 성향대로 먹으면 돼. 양쪽 가시를 제거하고 나면 가운데 가시에 붙은 살만 남으니깐 젓가락으로 들고 입으로 베어 먹을 수 있어.  젓가락으로 할 때는 위쪽 살을 들어 올리며 포를 뜨듯 젓가락을 쭉 밀고 들어가면서 살을 들어 올려. 그럼 한 번에 가시 없이 발라져. 가운데 가시를 들어 올려 제거해 주면 아래살만 남으니깐 깨끗이 먹을 수 있지. "

    

살면서 안거지만, 생선을  먹고 자란 사람이 꽤 있었다. 비린내가 나서 엄마가 안 해줬다. 생선을 구우면 집안에 냄새가 베이는 게 싫어서 안 먹었고, 주변에 바닷가가 아니라서 자주 못 먹었다. 그러니 생선을 발라먹을 일이 거의 없는 거였다.

엄마가 발라줘서 혼자 못 발라먹었다는 나의 옆 동료의 갈치를 엄마처럼 내가 발라준 거였다. 남기는것도 아깝고 답답해서 발라주긴 했지만, 마치 공주옆의 시녀가 된듯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생선 앞에서 능숙하지 말 것!'    


출처:제주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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