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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 그림 읽는 남자 Jun 18. 2023

들여다본 전시. 4 /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내셔널 갤러리는 1824년 영국 런던에 개관하였으며 대략 2천6백여 점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갤러리는 13세기 중세 미술에서 20세기 초 근대미술까지 서양 미술을 총망라한 보고(寶庫)와 같은 곳이다.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은 지역 와 화가 그리고 미술사별로 균형 있게 전시되어 있으며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렘브란트와 같이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거장과 함께 고흐, 고갱, 마네, 모네 등 인상파의 화가 등 천재와 거장을 두루 전시하고 있다.


 이렇듯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내셔널 갤러리가 한국과 영국 수교(1883년) 140주년을 기념하여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관에서 개최하고 있다. 전시 중인 52점 중에서 몇 점을 살펴보려 한다.


존 컨스터블,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1820년, 캔버스에 유화, 127x183cm, 내셔널갤러리 런던




1. 성모자(聖母子)와 세례 요한_라파엘로.


 라파엘로(1483~1520)는 이탈리아 전성기 르네상스의 3대 거장 중 한 명이자 16세기 르네상스 마지막 화가이다. 라파엘로의 아버지는 궁정화가 조반니 산티이다. 라파엘로는 수 년간 피렌체에 활동한 뒤 1508년에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부름을 받아 로마로 가게된다. 그리고 1510~1512년 사이에 그 유명한 <아테나 학당>을 완성하였다. <성모자(聖母子)와 세례 요한>도 이 시기때 그린그림이다. 


라파엘로, <성모자(聖母子)와 세례 요한>, 1510~11년, 목판에 유화, 38.9x32.9cm, 내셔널갤러리 런던

 

<성모자(聖母子)와 세례 요한>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리고 세례 요한을 삼각형 구도 속에 배치하였다. 성모 마리가 화면의 중심축이라 삼각형 구도가 더욱 안정감이 있다. 그리고 창문 사이의 교외를 보면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예수의 뒷배경처럼 인물과 화면에 조화를 이루고 있다. 더불어 창문과 인물들의 음영이 성화(聖畫)의 격을 갖추고 있다. 작은 그림이만 르네상스 3대 화가인 라파엘로를 유럽이 아닌 곳에서 볼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성모 마리아가 입고 있는 푸른 옷이 광배의 금빛보다 아름답다. 저 푸른색은 청금석을 안료로 만든 물감이다. 청금석은 혹은 울트라 마린으로 불리는 원석이자 흔히 코발트로 알려진 물질이다. 청화백자에 쓰이는 푸른색이다. 당시 금보다 비쌌다고 한다. 그래서 성화나 혹은 후원자의 초상화와 같은 유명한 인물을 그릴 때 주로 사용하였다.




2. 나르키소스_조반니 안토니오 볼트라피오의 추종자.


 나르키소스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의 인물로 나르시시즘(narcissism)의 주인공이기도 한다. 더불어 수선화의 꽃말인 '자기애' 역시 나르키소스의 나르시시즘에서 유래되었다. 


조반니 안토니오 볼트라피오의 추종자, <나르키소스>, 1500년, 목판에 유화, 23.2x26.5cm, 내셔널갤러리 런던


 그리스 테베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나르키소스에게 자신을 일지 못한다면 장수할 것이라 예언하였다. 이 이야기를 아는 현재의 우리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르키소스에게는 수수께끼와 같은 예언이었다. 나르키소스는 수많은 청년과 소녀들의 애간장을 녹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한다. 하지만 나르키소스의 강한 자존심은 그 누구의 사랑도 받아주지 않았다. 모두가 그를 갈망하나 아무도 그를 가지지 못한다. 


 나르키소스는 숲속에서 사냥을 하다 더위를 식히고자 샘을 찾는다. 갈증을 느낀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얼굴을 내민 그 순간 물에 비친 형상을 보고 흠칫 놀란다. 그는 아름다운 본인을 보고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더불어 자신의 모습을 경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버린 것이다. 위 그림은 나르키소스가 본인에게 빠진 장면을 화면에 담은 것이다. 나르키소스의 눈을 보면 샘물에 비친 본인의 모습에 정말로 사랑에 빠진 것처럼 아련해 보인다. 감상자조차 그 순간에 홀릴 것처럼 황홀한 그림이다. 




3. 달마티안의 여인_티치아노.


 르네상스라 하면 로마와 피렌체가 미술의 중심지로 말할 만큼 압도적인 활동지로 자리 잡고 있다. 문화와 정치가 성장한 도시이니 당연하게 미술이 성장할 수 있는 도시들이다. 이 두 도시만큼이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도시가 있으니 바로 베네치아이다. 


베네치아는 해상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였기에 로마와 피렌체처럼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여권이 보장된 도시이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조반니 벨리니(1430~1516)와 지오르지오네(1476~1510, 티치아노(1488~1576) 등을 꼽는다. 그중 티치아노는 그 활동 범위가 당시 유럽 왕조를 뻗쳤던 국제적인 화가이다.

티치아노, <달마티안의 여인>, 캔버스에 유화, 1510~1512년(추정), 199x96.5cm, 내셔널갤러리 런던

 <달마티안의 여인>은 티치아노가 20대 초반에 그린 초상화다. 당시 “조각과 회와 중 무엇이 더 가치가 있으냐”라는 미술 논쟁이 있었다. <달마티안의 여인>을 보면 그 당시의 논쟁을 알려주고 있다. 

 

 더불어 본인은 그림을 조각처럼 섬세히 묘사할 수 있으며 초상화 역시 조각 못지않은 실력을 겸비한 화가라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색채와 빛의 굴절로 인물로 표현하여 같은 시기 활동한 라파엘로와 사뭇 다른 화풍이 느껴진다. 베네치아 특유의 색채감이 돋보인다.





4.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_카라바조.


  르네상스의 선과 공간을 이용한 원근법, 명암법을 기본으로 회화를 단정하고 우아하게 구상하였다. 바로크미술은 르네상스와 대비될 정도로 격렬한 명암과 현란한 장식성이 특징이다.  스페인의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와 로마의 카라바조(1571~1610)의 그림을 초기 바로크 미술로 꼽을 수 있다. 카라바조는 성화(聖畫)의 모범으로 불릴 정도로 고도의 감수성과 감동적인 연출을 극대화해 화면에 담았다. 그 밖에도 성화와 같은 인물화 만큼이나 정물화에도 기술적 감각을 쏟아내었다.


카라바로,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캔버스에 유화, 1594~95년, 66x49.5cm, 내셔널갤러리 런던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의 정물을 그린 부분은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명확하여 실재의 과실과 꽃처럼 사물이 생생해 보인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의 표정 역시 극적인 연출로 미간을 찌푸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오른손이 물렸지만 신경이 왼쪽까지 이어지는 것 같은 사실적인 묘사는 카라바조가 얼마나 역량이 높은 화가임이 짐작된다. 


 소년 윗부분 창문 너머로 햇살이 투가 되어 소년이 빛을 등져 꽃과 과실의 그림자가 짙다. 이러한 장면을 보더라도 카라바조가 빛과 그림자에 대한 연구와 관심도가 깊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비록 전과 14범으로 올릴 정도로 범죄율을 가진 화가이지만, 그림만큼은 순수하게 다가온다. 

 



5. 63세의 자화상_렘브란트.


빛과 그림자 하면 카라바조만큼이나 명성을 가진 화가가 있다. 그가 바로 렘브란트이다.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대표적인 화가이며,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나타낸 ‘야경’인 걸작을 그렸려 명성과 부를 쌓은 인물이다. 렘브란트는 숭고함을 작품의 구성 요소로 삼았으며 성화(聖畫)에서조차 인간성이 투영된 숭고함을 유지했다.


 렘브란트는 당시 거부(巨富)였지만 알다시피 렘브란트는 파산하며 부와 가난은 함께 겪은 인물이기도 하다. 렘브란트는 무엇보다 자화상 시리즈로 유명할 정도로 본인의 초상화를 수없이 많이 남겼다. 젊었을 때부터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 등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렸다. 그래서 렘브란트의 자상화를 ‘그려진 자서전’이라 명칭 한다.     

렘브란트, <63세의 자화상>, 캔버스에 유화, 1669년, 86x70.5cm, 내셔널갤러리 런던

 렘브란트는 1656년에 공식적으로 파산을 선고했다. 그래서 그 이후에 그려진 자화상은 초라하면서도 담담함이 담겨있다. <63세 자화상>은 그가 죽기 몇 달 전에 그린 자화상으로 노인의 피부와 형색이 초췌해 보인다. 그러나 밝은 빛이 집중적으로 얼굴에 투영하여 초야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유럽의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을 가지 않고 한국에서 렘브란트의 말년 작을 보게 되어 기쁘면서 경외감이 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그림이다.

 





6. <작업실의 난로>_폴 세잔.


 폴 세잔(1839~1906)은 '근대회화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피카소와 브라크 같은 입체파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만큼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한 화가로 인식할 수 있지만, 사실 세잔도 노력파에 해당되는 화가이다. 사실 세잔은 부유한 은행가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고압적이고 보수적으로 세잔을 훈육하였다. 그래서 세잔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암감이 가득했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오래 지속되어 우울증을 겪는 등 상당히 우울한 심리상태를 가졌다.   

  

 성인이 되어 파리에서 그림을 배울 때도 아버지의 반대와 미대 지원에 여러 번 낙방으로 그림이 전체적으로 어둡다. 이 시기를 암흑기의 세잔이라 한다. 물론 세잔은 회화적 스승 카미유 피사로(1830 - 1903)와 정신적 스승 모네(1840~1926)를 만남으로 회회와 삶도 달라진다.


폴 세잔, <작업실의 난로>, 캔버스에 유화, 1865년, 41x30cm, 내셔널갤러리 런던 

 세잔이 그린 <작업실의 난로>는 그의 초년작이자 작업실의 분위기를 나타낸 그림이다. 깜깜하고 무념(無念)에 가까운 공간을 나타내기 위해 검은색으로 배경을 칠했다. 


 그렇다고 완전한 검은색은 아닌 회색빛이 감도는 검은색으로 색채의 대비를 주었다. 극명한 검은 공간에 덩그러니 세워진 이젤은 강렬하면서도 밝은 색채로 공간과 대비된다. 


 아마 복잡 미모 한 그 당시의 심경을 화면에 담은 것이 아닐까 싶은 공간감이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정물의 세잔이 아니라 다소 의아스럽지만 반대로 인간미가 있는 부분이 있어 참 좋은 그림이다.




7. <창문 앞 과일 그릇과 맥주잔>_폴 고갱.


 폴 고갱(1848~1903)은 프랑스의 후기인상파 화가이자 잠깐 반 고흐와 함께한 화가로 유명하다. 그리고 남태평양 타히티 섬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색과 빛으로 그곳의 원주민과 자연을 예술로 남긴 화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폴 고갱도 여러 인상파 화가들처럼 처음부터 화가는 아니었다. 집안이 어려워 사관후보생으로 들어간 적도 있다. 그리고 파리에서 증권과 은행원 일을 했으며 좋은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등 생계도 가정도 윤택해졌다. 


 이 무렵부터 그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여 작품을 수집하게 된다. 특히 인상파의 작품을 주로 수집하였으며, 그의 후견인이었던 구스타브 아이로 자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점차 수집 활동을 이어가다 1876년 처음으로 살롱에 출품하여 카미유 피사로를 만나는 등 그림을 그리는 활동도 시작하며 전문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폴 고갱, <창문 앞 과일 그릇과 맥주잔>, 캔버스에 유화, 1890년, 50.8x61.6cm, 내셔널갤러리 런던


 특히 고갱은 폴 세잔의 작품에 애착을 보여왔다. 그래서 1880년 세잔의 그림을 총 6점이나 수집하게 된다. 6점 중에서 <과일 접시, 유리잔, 사과가 있는 정물(1879~80년)>을 가장 애장하였다. 고갱이 그린 <창문 앞 과일 그릇과 맥주잔>은 세잔의 <과일 접시, 유리잔, 사과가 있는 정물> 방작(倣作), 즉 오마주한 것이다. 


 구도와 구상 등 세잔과 작품을 상당히 차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세잔과 차이점이 있다면 창문 넘어 도시를 배경을 넣었다는 것이다. 그림에 접근하는 방식을 세잔으로부터 시작한 점이 참 독특하면서 당시 세잔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그림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폴 고갱의 작품이 아니라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반대로 폴 고갱이 그림을 시작하는 시기를 알 수 있어 좋다.




8. <거장의 시선,사람을 향하다>_영국내셔널갤러리명화전.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소유한 2천6백여 점 중에서 52점만 소개된 전시이지만, 하나하나 알찬 소재를 가진 그림들로 구성된 전시였다. 반대로 그 화가 혹은 갤러리가 소유한 대표적인 작품이 아니었지만 평소에 알지 못한 화가의 작품과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나름 신선한 전시였다고 말하고 싶다. 


 전시가 비록 아쉬움이 있었다면, 그 아쉬움을 간직한 체로 런던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 직접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이지 않을까 한다. 무더운 여름 시원함을 넣어줄 좋은 전시이다.



참고문헌.

1. 에른스트 곰브리치 저, 백승길,이종숭 엮,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애경, 2003, 

2. 다니엘라 타라브라 저, 박나래 엮, 내셔널갤러리, 마로니에북스, 2007.

3. 에리카 랭뮈르 저, 김진실 엮, 당신이 내셔널 갤러리에서 꼭 봐야 할 그림들, 사회평론,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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