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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 그림 읽는 남자 Apr 05. 2023

들여다본 전시. 2 / 리움미술관 고미술기획전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개관 이후 처음으로 백자를 주제로 전시를 개최하였다. 정말 조선의 백자를 총망라한 전시이자, 한 점 한 점이 예사롭지 않는 기물로 꾸며진 전시였다. 더불어 전시 제목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 으로 잡은 것도 이해가 되는 구성이다. 당시 사회의 지배계층이자 유교의 가치를 덕목으로 삼은 양반층의 심미안(審美眼)이 도자기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알 수 있는 전시였다.  그중 기억이 아름 뜻이 남은 몇 점을 소개해 보려 한다.






1.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아타카컬렉션, 이병창컬렉션)과 일본민예관.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서 온 벡자청화(靑華白磁)와 일본 민예관에서 온 기물(器物)들이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었던 여파와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일본에서 온 백자가 참 반가웠다. 아타카컬렉션은 스미모토은행 그룹에 인수된 구 아타카 산업의 기증품이다. 이병창 컬렉션은 이승만 전대통령 비서 출신인 재일교포 이병창 박사가 오사카 동양시립도자미술관에 기증한 도자기들이다. 그리고 일본 민예관의 백자들은 야나기 무네요시가 고른 작품을 중심으로 모은 수집품으로 알려져 있다.


1. 백자청화 매죽문 호, 조선 15~16세기,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 스미토모그룹 기증, 아타카 컬랙션.


1_1. 백자청화 매죽문 호.


 유백색 바탕에 청화로 매화와 대나무가 그려져있다. 매화의 나무와 가지부분과 꽃을 보면 청화의 색차이가 있다. 아마 매화의 청아함을 표현하고자 차이를 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매화 사이를 틀고 대나무가 쭉 뻗어 매화와 함께 군자적 아취를 풍기고 있다. 멋스러우면서도 단아한 느낌이 나는 도자기이다. 조선 15~16세기 도자 양식에 중국식 화보의 화원그림을 조화롭게 완성시켰다. 더불어 백자의 은은한 빛과 청화의 푸른 색을 잘 살린 백자청화다.   



2. 백자청화 신선문 호, 조선 19세기 전반,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 이병창 박사 기증.


1_2. 백자청화 신선문 호.


 구부(口部) 아랫부분에 여의 두 문대(如意頭文帶) 문양과 앞뒤로 능화형의 창과 저부(底部)는 매화 문양을 두르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에 제작된 백자의 양식이다. 그리고 능화형 창에 그려진 신선의 양식을 보면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가 떠오른다. 아마 그의 화풍을 따른 화원들의 양식이자 당시 이러한 신선도의 유행의 바람이 백자 양식에게도 전파된 것이자, 장수무병(長壽無病) 한 생에 대한 애착과 기복(祈福)이 사회의 현상이었을 것이다. 국운의 기운이 말세에 치닫고 있을 무렵임에도 불구하고 백자의 기품과 그림의 완성도는 월등하다.  


'야나기 무네요시와 조선의 공예(일본 민예관 전시포스터)' / 3_1. 백자청화철화 화조문 호. 조선 18세기 전반, 일본 민예관.


1_3. 백자청화철화 화조문 호.


 이 백자청화철화 화조문 호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건립한 일본 민예관 소장품이다. 호의 어깨가 둥글면서 부드러운 곡선형으로 볼록한 형태다. 이는 조선 중후반 백자이자 이 시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둥근 마른모 창을 가장 볼록한 구부아래에 철화로 그렸다. 그리고 창 안에 청화로 단아한 새와 석류, 모란을 넣았다. 호의 어깨도 둥근 곡선이며 호의 문양인 창도 역시 둥근 곡선이다. 더불어 마름모 창 안의 그림 이외 어떠한 그림도 없이 백자는 여백을 간직하고 있다. 진중하면서 엄숙한 분위기를 이끄는 것 같다. 정숙한 미감을 한층 돋보여주는 백자 같다.

  



2. 사대부의 위엄과 품격.

 

 일본에서 온 우리의 백자도 상당히 완성도 높은 백자였지만, 국내 기관 및 개인 소장한 백자들도 이에 못지않은 위엄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당시 사회계층이자 사대부인 양반들이 소유한 백자들이 유교의 가치관과 사대부의 격조가 담겨있었다. 


2_1. 백자청화 망우대명 초충문 잔받침. 조선 15~16세기, 개인소장.

 

2_1. 백자청화 망우대명 초충문 잔받침.

 

 잔 받침 가운데에 망우대(忘憂臺)라 쓰고, 그 둘레에 간결하면서도 엄숙한 필치로 국화 두 폭을 그렸다. 그리고 국화 위를 날개를 떨며 날고 있는 벌 한 마리를 절묘하게 배치하였다. 술잔을 들거나 혹은 내려놓으면, 마치 자연 속에서 사는 것처럼 근심과 걱정을 잊으라는 뜻처럼 계속 보게 된다. 맑고 단아한 시정(詩情)이 넘치는 잔 받침이다. 더불어, 보고만 있어도 근심이 씼겨지는 것 같다.



2_2. 백자청화철채동채 초충난국문 병, 조선 18세기, 간송미술관.


2_2. 백자청화철채동채 초충난국문 병.


 이 백자는 1936년,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일본의 대거상 야마나카 상회를 이기고 간송 전형필 선생이 14,580원에 낙찰받은 것이다. 시 1,000원이 기와집한 채였다. 기와집 14채를 거뜬히 사고도 남는 돈이다.  백자는 기다란 목의 구부와 넓은 호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 넓은 호 안에 곤충과 국화 문양을 붙이고 청화, 철화 및 동채를 국화의 꽃과 잎, 곤충 등 각각 채색했다. 국화와 곤충 문양을 각기 다른 색으로 칠하여 백자의 시각적 미감을 더해주었다. 문양도 채색만큼이나 정교하여 국화와 난(蘭) 마치 사실적인 것처럼 보인다. 일반 순백자와 백자청화와 비견이 되지 않은 정도로 수준 높은 기술력이 돋보이는 백자이다.



2_2. 백자대호, 조선 18세기, 개인소장.


2_2. 백자대호.


 전시장을 나가기 직전 마지막에 볼 수 있는 백자대호다. 이 백자대호는 백토(白土)를 성형한 후 투명한 유약을 시유(施釉) 하고 번조(煩燥) 하였음에도 당당한 기형을 잃지 않았다. 또한, 담청(淡靑)에 가까운 유색의 색조가 백자대호의 기품을 돋보여 준다. 정말 순백자 중에서도 수작을 꼽을 만큼 균형미와 유백색이 아름답다. 이 백자대호는 조선 18세기 도자기술의 일면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물이다.




3. 군자지향(君子志向)의 백자.


 일본에서 온 대다수의 우리의 백자들은 조선 특유의 사대부(士大夫) 기세와 위엄보단, 그 위엄과 기세 속에서도 절제된 양식이 느껴졌다. 이는 조선의 백자라도 일본인이 수집하였으니 일본이라는 내지(內地) 특유의 절제성이 느껴지는 것으로 수집한 결과물일 것이다. 어쩌면 조선이 소화시켜낸 기세와 위엄 속에서 본인들도 형성하지 못한 절제성에 감탄한 수집 현상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백자를 볼 때 민예(民藝)를 뺄 순 없지만, 500년의 이데올로기를 이끈 사회계층인 사대부에겐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이 종심(從心)이다. 그러니 절제성과 순박함보단, 문인의 풍아(風雅)와 기세가 우선이었다. 그러니 군자지향(君子志向)에 민예(民藝)를 논하는 것을 어울리지 않는다.



[자료사진 : 더보그코리아 3월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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