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운동회

by 채작가

얼마 전, SNS를 통해 우연히 한 초등학교의 운동회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운동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학교 주변 아파트를 향해 일제히 외쳤다. “죄송합니다!” 운동회 동안 발생할 소음이 이웃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천진난만한 초등학생들이 운동장을 마주하고 큰 소리로 사과를 전하는 모습은 어딘가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문득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의 운동회가 떠올랐다. 운동회는 단순한 학교 행사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축제였다.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학생들은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열띤 경쟁을 펼쳤다. 부모님과 친척들, 이웃들이 운동장을 가득 채우고, 응원의 함성이 하늘을 뒤덮었다. 학교 앞에는 솜사탕과 번데기를 파는 장수들이 늘어서고, 아이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아끌며 간식거리를 고르느라 한참을 서성이곤 했다. 운동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성장의 한 과정이었다.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며 공동체의 의미를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점심시간이면 너 나 할 것 없이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며 온기를 나누었고, 승패를 떠나 함께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운동회가 끝난 후에는 성적표보다도 더 진한 추억이 가슴속에 남았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운동회를 시작하며 “죄송합니다”를 외쳐야 한다. 운동회라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조차도 조용히 양해를 구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공동체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배려가 아이들의 기본적인 교육의 권리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소리를 지르고, 웃고 울 수 있는 시간이 미안한 일이 되어버린 세상은 너무 각박하지 않은가. 우리가 누렸던 만큼 다음 세대에도 같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아량을 가져보면 어떨까.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그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웃으며 자랄 수 있도록, 우리도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 타인을 배려하고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교육의 가치가 아닐까.
아이들의 운동회는 단지 하루의 소란이 아니라, 한 세대가 함께 성장하는 축제여야 한다. 내가 받았던 따뜻한 시선과 여유를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돌려줄 때다. 아이들이 더 이상 “죄송합니다”를 외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마음껏 소리 내어 웃고 뛰며 자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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