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문은 끝까지 닫히지 않았다. 닫히지 못한 문틈으로 상사의 목소리가 사무실 안을 미끄러지듯 흘러들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단단했고, 그 단단함이 공기를 눌렀다. 지훈은 서류를 들고 서 있었고, 손끝은 종이의 모서리를 과하게 눌러 희게 질려 있었다.
“이 일정이 왜 이렇게 나온 거죠?”
그 말이 탁자 위에 떨어지자 사무실의 온도가 한 칸 내려앉았다.
상사는 숫자를 짚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훈이 입을 열면 문장은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잘려 나갔다. “변명하지 말고요.” 그 말이 반복될수록 지훈의 얼굴에서는 표정이 빠져나갔다. 찡그릴 틈도, 웃을 틈도 없이 감정이 비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 있었고, 그 모습은 보고서의 한 줄처럼 평평해 보였다.
회의가 끝났을 때 상사는 “다시 하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나갔다. 의자가 밀리는 소리와 종이가 정리되는 소리가 뒤늦게 따라왔다. 누군가는 물을 마셨고, 누군가는 모니터를 넘겼다. 아무도 지훈을 보지 않았다. 사무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공기는 이전보다 탁해져 있었다. 밝은 조명 아래 사람들의 얼굴은 유난히 회색으로 보였다.
퇴근 벨이 울리자, 지훈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얼굴은 눈 밑이 그늘처럼 꺼져 있었고,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넥타이를 풀어내려다 손이 멈췄고, 주머니 안에서 주먹을 한 번 쥐었다가 천천히 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회사의 소음은 끊겼지만, 상사의 목소리는 귀 안쪽에 잔향처럼 남아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비는 이미 그친 뒤였지만 아스팔트에는 젖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물기를 밟는 소리가 낮고 둔하게 퍼졌다. 그 소리는 하루 종일 눌려 있던 마음을 두드리는 북소리 같았다. 지훈은 소리를 따라 걷다가, 밤거리 한가운데서 혼자 밝은 편의점 불빛을 보았다. 유리병 속에 갇힌 불씨처럼, 주변보다 또렷한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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