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밤, 창밖의 도시

by 꿈담은나현


낯선 도시의 불빛 아래, 나는 처음으로 아무 소리 없이 위로받는 밤을 마주했다.


여행을 하루 앞둔 밤, 나는 평소처럼 핸드폰을 충전대에 꽂아두고, 모닥불 소리를 찾아 재생했다. 타닥타닥. 작은 불씨가 튀는 반복적인 소리에 심장이 천천히 속도를 늦췄고, 숨결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벽 쪽 조명을 어둡게 줄이고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기자, 하루치 피로가 바닥으로 스르르 녹아내렸다. 익숙한 루틴은 나를 안정시키는 의식처럼 작동했고, 나는 잔잔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다음 날부터의 여행은 아직 현실이 아니었다.


익숙한 소리를 꺼낸 채, 낯선 방에서 밤을 견디고 있었다. 두꺼운 커튼 틈 사이로 스며든 빛이 바닥에 얇은 결을 그리며 내려앉았고, 침대는 아주 푹신했지만, 마음은 더 깊이 경계했다. 옆 침대에선 동생이 고른 숨을 쉬고 있었고, 나는 이불 안에서 몸을 조용히 말았다. 따뜻한 공기 속에서도 마음 어딘가에 얇은 바람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포근한 공간에 몸을 눕혔지만, 내 안엔 익숙하지 않은 고요가 낯설게 흔들리고 있었다.


호텔방은 꽤 고급스러웠다. 베이지 톤 벽지에 간접 조명이 은은하게 번졌고, 바닥은 차갑고 단단한 대리석 타일이었다. 침대 옆엔 반투명 유리 조명등이 있었고, 그 아래로 여행 가방이 풀려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지만, 정작 그 속에 있는 나는 어딘가 오래전부터 고여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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