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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너부리 Jun 03. 2023

엄마의 눈물 치트키

내가 술래가 되면- 뮤지컬 귀환 넘버

딸아이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알아오라는 숙제를 내어주셨다.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한단다. 본인은 IVe의 after like, 동생은 반짝반짝 작은 별, 엄마는 '내가 술래가 되면이지?'라고 한다.  내가 그 노래를 좋아했나?


평소에는 눈물을 잘 감추는 내가 뮤지컬 배우 김지훈이 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볼 때마다 아이들 앞에서 울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눈물 치트키가 있다면... 나에게는 이 영상이다.


결혼 전에는 정말 눈물이 없었다. 아니 남들 앞에서 절대 울지 않았다. 초, 중, 고 시절 성적이 떨어져서, 숙제를 안 해와서, 반항을 해서.... ^^ 등 다양한 이유로 크게 몇 번 선생님들께 맞은 적이 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바로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나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묵묵히 맞았다. 친구와 단 둘이 과학실에 가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울음의 이유는 억울함 때문이었다. 둘째가 아직 완벽하지 않은 발음으로 '엄마, 잘못했죠요!.'라고 하면 왠지 그냥 넘어가게 되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나는 참 어리석게 살았구나. 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눈물이 많아졌다. 조금만 감동해도 울고, 토요일마다 하는 KBS 동행을 봐도 울고,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가 다치는 드라마 장면을 보면 또 운다. 아이를 낳고, 어른이 된 것인지... 더 아이가 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몇 번 반복해서 보다 보면 눈물이 안 나는 순간이 온다. 가끔 사람들 앞에서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슬픈 영상을 사용해야 할 때는 미리 집에서 몇 번이나 돌려 보곤 했다.


https://tv.naver.com/v/13210266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노래만은 아직 안 된다. 몇 백 번은 본 것 같은데,  김지훈이 부르는 영상을 볼 때마다, 눈물이 어느 순간 정말 툭툭하고 떨어진다. 특히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구절 부분에서, 내 마음 안의 무엇이 툭 떨어진다. 전생에 단풍나무와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코로나 시기에 임신, 출산을 겪으면서 공연을 관람하기는커녕 외출조차 힘들었다. 그때 나를 위로해 주던 프로그램이 바로 뮤지컬 프로그램이었다. 뮤지컬을 좋아한다. 뮤지컬을 볼 때면 짧은 시간 안에 극적인 상황을 다 때려(?) 넣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발단-갑자기 위기- 하강 - 또 갑자기 위기-결말'의 구성이랄까?


말 그대로 닫힌 생활이었다. 생필품도 온라인 주문을 하고, 가족들이 감기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다. 산후조리원에 있던 2주도 마스크를 내내 쓰고 생활했다.

" 둘째는 사람들이 입이 없는 줄 알았을 거야."

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그 시기, 마음이 답답했다. 그래서 감정의 답답합을 툭 터뜨려 주는 강렬한 뮤지컬 넘버가 필요했다.


그중 가장 나를 사로잡은 넘버가 '내가 술래가 되면.'이다.  본 적은 없지만,  6.25 전쟁의 군인 유해 발굴 작업을 다룬 뮤지컬 '귀환'의 넘버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가사. 슬픔이나 그리움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강요하지도 않는다.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친구가 자신의 옆에 돌아오기를 바라며, 계속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난 언제나 술래였지 / 가위바위보를 못해서 / 달리기가 꼴찌라서 / 높은 곳이 무서워서

난 언제나 술래였지 / 눈 감고 백까지 세면 / 똑같은 풍경화 속에 / 나 혼자 남아있었지


내가 술래가 되면

온 동네를 찾아다니다

산 밑까지 뛰어갔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어버렸지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중략>


겁이 많은 나와 종이비행기를 함께 접어 날리고, 작아진 신발을 구겨 신고, 해가 떨어질 때까지, 매일, 꽃이 피는 봄부터 눈 내리는 겨울까지 항상 나와 함께 뛰놀던 친구.  영상 속 엄기준은 세월호가 떠오른다고 했다. 집에 가자고. 밤이 깊었다고. 하지만 함께 갈 수 없는 누군가가 있다면.....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집에 가자고 조르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나도 돌아가신 아빠가 보고싶다고 입 밖으로 내뱉고 싶다. 하지만 어른인 나는 그럴 수가 없다. 그런 존재는 떠올릴 때마다 '사무친다.' 아마 이 노래가 그 감정을 떠오르게 하나보다.


럴 때마다 왠지 이 노래를 핑계삼아 우는 건지도. 나의 아이는 이런 노래가 필요치 않아도 보고싶다는 소리를 소리내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운 모든 사람들이.. 오늘은 모두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사무친 사람들에게 나타나 딱 한번 웃어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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