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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Mar 02. 2023

나의 챙김 용량 채우기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어떤 하루는 분명 바쁘게 움직인 것 같은데 정작 내 마음속은 공허한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 괜스레 마음은 속상하고, 신경질도 나고, 뭐 그런 순간들로 가득했던 그런 순간들이 가득했던 하루 말이다. 그날 나는 저녁에 일기를 쓰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늘 나를 위해 썼던 시간들은 없었구나'


정말로 생각해 보니 그랬다.

누구를 위해, 누군가 더 편했으면 해서, 공동의 일이라 굳이 내가 안 해도 되는데 안 하면 내 마음속에 생기는 그 미묘한 기시감 때문에 그렇게 뭔가를 계속했던 하루였다. 누군가는 이 마음을 책임감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오지랖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런 내 모습에 지쳐 타인에게 조금의 티를 내면 고마움의 말도 당연히 듣지만 "왜 사서 고생이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러게 누가 하래?"등의 오히려 서운한 말을 듣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당연히 안 해도 될 일들이 나와 같은 사람에겐 책임감과 비슷한 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안 하고 싶어 회피해도 오히려 안 하는 것 그 자체가 마음이 더 불편해져서 그런 마음을 피하고자 차라리 내가 고생하는 선택을 한다.


그런데 정말 나는 그 순간들마다 괜찮았을까?

정말 내가 괜찮았다면 아마 이런 글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를 공허하게 보냈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 하루가 분명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타인위주의 삶을 사는 게 익숙해진 사람들은 어느 순간 타인에 묻혀 본인을 챙기지 못하게 되는데, 나는 이러한 현상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을 "옅어지는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또한 어느 순간 견디지 못하고 괜히 타인에게 짜증이나 화를 동반하는 그 폭발을 "짙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타인위주의 삶을 사는 것이 당장은 괜찮을지라도 폭발하는 그 순간이 언젠가는 오고야 만다. 나는 이 폭발을 옅어진 나의 존재를 다시금 짙게 하기 위한 ‘나 지금 힘들어’ 하고 나를 알리는 최후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옅어지는 현상""짙어지는 현상"은 틀림없이 모두 잘못된 방식일 것이다. 그런 방법은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결과적으로 타인도 본인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타인중심적 사고를 하느라, 만들어진 소위 "옅어지는 현상"에서 나를 멀어지게 하기 위해선 우선 나를 위해 쓰는 시간에 대해 스스로가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독서를 하거나 일기를 쓰는 것을 통해 나를 위해 시간을 쓴다고 생각했다. 꼭 나처럼 나를 위한 시간이 독서나 일기가 아니어도 사소하지만 오직 나만을 위해 그날 하루 디저트를 사 먹는 것 또한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인지 아닌지 그뿐이다. 그렇게 나를 위한 시간이 어떤 순간인지를 파악한 후, 나의 하루에 그 시간을 순간순간 자주 넣어놓는 것이 나를 챙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신경 쓰는 시간도 줄일 필요가 있지만, 한 번에 모든 것을 끊어내는 것은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차라리 나를 위한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를 정의 내리고 그 비중을 차츰차츰 늘려가는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이 오히려 더 쉽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을 챙기거나, 타인이 힘들까 봐 내가 대신하는 이런 행동들은 나의 챙김 용량이 꽉 차다 못해 넘쳤을 때 그때 실천되어야 하는 행동들이다. 나의 챙김 용량이 부족하다고 하는 판국에 남을 위하는 마음이 결과적으로 본인을 힘들게 하는 행동임을 그 당시에는 모를지라도 꼭 명심해야 된다.


그러기에 지금부터는 나 자신이 어떤 시간을 보낼 때 행복해하고, 또 앞으로 어떤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보내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 이렇게 나를 위한 시간을 파악하고, 나를 위한 시간의 종류들을 넓히고, 나의 하루에 나를 위한 시간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 그것이 더 이상 공허하지 않은 나만의 균형 있는 삶을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나의 챙김 용량 챙기기.


나 자신을 사랑하고,

더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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