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터>-
액션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인공이 여러 가지 위협과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과정 속에서 함께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는 것, 액션신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또 결과적으로 적이나 방해 세력 등을 물리칠 때 오는 통쾌함 때문일 것이다. 액션 영화가 관객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액션, 스토리텔링, 촬영기법 그리고 CG효과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영화 <카터>는 액션 스릴러 장르로,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뜬 ‘카터’가 미국과 북한을 혼란에 빠지게 한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찾아 북으로 향하는 내용이다. 그의 머릿속과 입 안에는 각각 정체 모를 장치와 살상용 폭탄이 설치되어 있으며, 귓속에서는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살기 위해 반드시 임무를 성공시켜야 한다.
<카터>는 정병길 감독이 제작했다. 한국 액션 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가 이번에는 어떠한 액션을 보여줄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상당했다. <카터>에서 정병길 감독이 보여준 액션은 역시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목욕탕에서 1대 다수로 벌어지는 난투, 스카이다이빙 과정에서 일어난 공중 액션, 양 옆으로 이어진 3개의 봉고차를 오가며 벌어지는 난투 등 다양하고 시원시원한 액션 장면들은 보는 재미를 주었고 쾌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액션에 비해 다른 요소들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카터>의 액션씬은 ‘원 컨티뉴어 숏’ 기법으로 촬영되었다. ‘원 컨티뉴어 숏‘은 ‘원 테이크’와 다르게 길게 촬영된 장면들을 이어 붙여 마치 ‘원테이크’로 촬영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법이다. 이는 영화 <1917>에서도 사용된 촬영 기법으로, 액션신을 보는 데 있어 이전과는 다른 신선함을 주었다. 그러나 ‘원 컨티뉴어 숏’으로 촬영된 장면들은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관객들이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으며 어지러움을 느끼게 했다. 지금까지의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촬영기법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기도 하지만, 몰아치는 액션을 계속해서 같은 형식으로 보여주다 보니 초반의 신선함이 지루함으로 변해갔다. 해당 액션씬들에 반드시 필요한 촬영기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는 혼란을 야기했다. 좀비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 CSI, 북한의 쿠데타 세력 등의 여러 가지 요소가 한 영화 속에 담기다 보니 복합적으로 섞여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또한 한국 출신의 CIA ‘카터’가 성형과 신분위장을 통해 북한에서 스파이로 활동하고 북한 출신인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는다는 설정은 이야기 흐름과 카터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야기했다. 카터만이 자신이 누군지에 대한 혼란을 겪는 것이 아닌 이를 보는 사람까지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주인공 카터는 상당한 운동 실력과 체력 그리고 운을 가진 인물로 등장했다. 영화는 해가 밝을 때 시작되어 점점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끝난다. 이 기간 내내 카터는 쉴 틈 없이 난투극을 벌인다. 목욕탕에서 약 100명의 인원과 싸우고 달리는 오토바이, 봉고차, 헬기, 기차 등에서 싸우며 비행기가 폭탄으로 인해 터지는 등의 온갖 위험에도 다치지 않고 기적처럼 살아남는다. 주인공을 살리고 끝까지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운과 싸움 실력이 영화적으로 허용된다. 하지만 카터는 그 선을 넘어선 인물 설정을 가졌다.
이외에도 후반 작업이 디테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액션 영화에서 CG, 사운드와 같은 후반 작업은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피가 쏟아지는 연출과 오토바이, 차, 폭탄 등이 터지는 연출, 감염자들을 불에 태우는 연출 등이 상당히 인위적이었고 이는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CG 구현에 있어 시간적, 비용적,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본다 할지라도 <카터>는 마치 20년 전의 기술이 사용된 듯했다. 적지 않은 비용으로 제작되어 많은 기대를 불러왔던 작품이기에 후반 작업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더 컸다.
<카터>가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하는 방대한 로케이션과 원 컨티뉴어 숏과 같은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액션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것은 인정하는 바이다. 또한 액션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인지는 감독의 몫이나 그럼에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카터>의 결말을 열어둔 만큼 후속 편에서는 어떤 액션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큰데, 이후에는 앞서 언급한 요소들을 조금 더 고려해 다방면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