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줄, 쓰다, 밤
글을 쓰고 싶은데 대체 뭘 써야겠는지 모르겠었다.
그러다 문득.. 글이라는 건 그냥 내가 쓰면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무거나, 뭐라도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제목이 떠올랐다.
쓰는 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작가들은 대체 그 멋지고 귀한 글들을 어떻게 뽑아내는지 궁금했다.
그런 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더 많은 영감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이 위축됐다.
정말 멋지고 잘 쓴 글들만 진짜 글일 것 같았다.
그러나 뭐라도 쓰기로 한 순간부터 그냥 남기기로 했다.
그게 뭐든.
내가 본 글세계는 따듯했다.
무언가를 남기는 사람들은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본 것, 느낀 것, 생각하는 것을 여러번 여러번 그린 다음에야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니 진심일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럴려면 나부터 허우적거려야 누군가가 나를 들여다볼 것이었다.
그래서 쓴다.
뭐라도 써야지.
그래서 열줄이라도 쓰자 했다.
그래서 열줄 쓰는 밤.
열, 줄
리을에서 오는 리듬감이 마음에 든다.
방정맞지 않으면서도 야트막한 높낮이가 있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아주 조금만 설레는 내 쿵덕거림과 닮아있다.
쓰다.
쓰는 건 뭐.
오밀조밀한 글자를 만나는 일만으로도 예쁜 행위이다.
밤.
하루 중 유일하게 나를 생각하는 시간
그래서 열줄 쓰는 밤.
좋아하게 되면 뭐든지 다 예뻐보인다.
열, 줄, 쓰다, 밤.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내눈에 예뻤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결국 쓰여진 글자가 뭐든지 다 예뻐보였다.
열줄만 써도 됐는데 그 이상을 썼으니 역시 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려나.
쓰는 것으로 인해 예쁜 하루가 됐다.
결국 예쁘게 남긴 하루였다.
내가 그렇게 만든 하루가 오늘밤 세상에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