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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석굴암 부처님 도와주세요!

관광일부인과 여행

by 벽난로 Mar 25. 2025

 

왠 석굴암 부처님이냐 하실텐데 일단 들어보시라.


요즘에는 우표 사용빈도가 많이 낮아졌기는 하지만, 가끔 집에 배달되어 온 우편물을 보면 우표에 아래와 같은 도장이 찍혀 있기 마련이다.

이 도장을 "통신일부인"이라고 하는데 접수된 날짜와 취급 우체국명 등이 찍힌다.  이 도장의 다른 이름은 소인(消印).  한자 그대로 보면 '없애는 도장'인데 도장 찍어서 우표의 가치를 말소 내지 소멸시키기에 그렇다.   


즉,  100원짜리 우표건, 70원짜리 우표건, 2480원짜리 우표건 과거에 얼마나 비쌌건 쌌건, 잘나갔건 말았건 간에 저 도장이 꽝 찍히는 순간 액면가인 그 가치는 없어지며 공식적으로 0원이 된다.


 " 우편물 배송 미션을 완수하고, 낙인이 찍힌 저는 더 이상 새 우표 아닙니다. 흑흑 ㅠㅠ"  라는 알림이라고나 할까.    영어로도 '소인'은 그런 의미를 담아 cancellation mark라고 한다.    캔슬.. 액면가를 취소시켜버린다


아무튼 이런 도장이 있고,  그런데, 간혹 가다가 그림(?)이 있는 도장도 보인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다들 들어보셨음직한 전국의 유명한 곳들인 경회루 (광화문 우체국), 일출봉 (성산포 우체국),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수원 우체국)  등등등 이다.


얼핏 무슨 단순취미용 방문 스탬프라고 생각하실 있는데, 이는 관광일부인이라고 하며, 일반 소인과 기능이 똑같아서 우표에 찍어 우편물 보내고 받을 때 쓰는 엄연한 정식도장다.  


다만 전국 모든 우체국에 있는 것은 아니고, 묘, 숭례문, 경주, 전주, 안동, 수원화성, 제주도 주로 유명 관광지 인근의 우체국에 있다.  전국에 470 여개 운영중.   

  

예전에 경주여행을 간 김에 몇군데 경주관내 우체국을 들러 관광일부인 도장을 찍은 적이 있다.

엄연히 우표에 찍는 도장이니 경주에 관련된 엽서와 우표도 미리 준비.

예를 들면 이런 엽서들...


엽서,  우표,  도장 3박자.

그래서 결과물들은 아래와 같게 된다

불국사스러운 엽서에,  불국사스러운 우표를 붙이고, 마무리로 불국사스러운 도장을 찍으니 실로 이거 이상의 방문 기념품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도장을 찍는 것은 흔히 쓰는 스탬프패드에 묻혀서 손으로 일일히 찍는 과정인데


고로 이렇게 찍힐 수도 있지만 (나름 선방)



동시에 이렇게 찍힐 수도 있는 거다.   (쫄딱 망한 상황)

목숨걸고 모으는 사람들에게는 말하자면  '순전히 도장 하나 찍으러 그 먼길을 달려갔는데 쫄딱 망해서 울고 싶은 상황'이 되는거다.

잉크가 덜 묻었거나, 손에 힘 조절이 잘못 되거나, 스탬프가 말랐거나, 도장 자체가 손상되었거나 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  


이때, 집 근처면 모르지만 작정하고 먼거리 여행을 간 경우에 저 지경이 되면 어디서 다시 구할 수도 없는 낭패이고, 가장 좌절하게 되는 상황이기에, 도장을 찍기 전에 꼭 특정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석굴암 부처님께든 누구께든 비는 마음마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도장을 꾹 누른 다음 실눈 뜬 채로 살살 손을 떼는 그 과정.  스릴이라면 스릴.     악... 과연 ! 제발 !   


  " 도와주세요 ! ! "


보우해주셨는지 그나마 선방한 자료 몇개 올린다

엽서 + 우표 + 도장  :  3합의 어우러짐들


이렇게 우체국 관광도장과 관광을 결합한 여행은 나름의 재미가 있다.  이른바 '스탬프 투어리즘'  ?!


다음 번에는 제주나 강원지역 다녀온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일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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